'IS 수괴 제거' 쿠르드족 도움, 美 무시하자 '셀프 홍보'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0.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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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괴' 제거 '케일라뮬러' 작전서 쿠르드족 결정적 도움...트럼프, 시리아 철군 이어 쿠르드족 역할도 무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족의 등에 또다시 칼을 꽂았다. IS(이슬람국가)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작전에서 알바그다디의 속옷과 혈액 등을 쿠르드족으로부터 넘겨받는 등 결정적인 도움을 받아놓고도, 이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은 스스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업적을 공개하면서 "미국에 실망만 남았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으로 쿠르드족을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는데 이어 알바그다디 제거작전에서도 쿠르드족의 역할을 축소시키며 "상처에 모욕감까지 얹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명은 '케일라 뮬러'로 IS에 납치돼 비참하게 살해당한 여성 인권운동가의 이름에서 딴 작전명이다. 미 정부는 마침내 그녀의 한을 풀어주는 심판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작전의 중요 공헌자는 오히려 무시했다는 반발을 사는 것이다.



전날 알바그다디 사망 소식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에 도움을 준 4개국을 언급하면서 제일 먼저 러시아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시리아, 터키, 이라크를 주요 도움을 준 국가로 언급했고 쿠르드족에겐 "일정 부분 지원해준 것에 감사한다"고만 했다.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외기관의 정보에 의존하지 않았냐고 묻자 "우리가 확보한 정보가 있었고, 다른 나라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번 작전의 공을 온전히 미국과 자신의 공으로 돌린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의 공헌을 축소하는 데에는 시리아 철군 결정이 자신의 오판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거나, 상대와의 관계를 필요할 때만 이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 철수로 이번 작전이 위태로워 졌으며, 미 국방부가 어쩔수 없이 미군 헬기 등이 완전히 철수하기 직전에 작전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철군 결정이 쿠르드와의 5년간의 동맹관계를 뒤집었고, 알바그다디 계획마저 혼란에 빠뜨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에 두번이나 등을 돌리자 쿠르드측은 직접 언론에 "미국과 5개월간 준비한 합동작전"이라면서 자신의 공을 스스로 알리고 있다.

IS 수괴 알바그다디. /AFPBBNews=뉴스1IS 수괴 알바그다디. /AFPBBNews=뉴스1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아브디 사령관은 이날 NYT, NBC뉴스 등 다수의 외신들과 직접 인터뷰를 갖고, SDF 정보요원이 알바그다디의 안보보좌관을 포섭해 그의 은신처 내부 모습, 경호인력, 건물 주변 터널 정보 등을 확보해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SDF 선임 참모인 폴랏 캔 역시 이날 정보요원이 3개월전 알바그다디가 입던 속옷과 혈액을 확보해 DNA 검사로 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DF는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인 쿠르드·아랍 연합 전투부대로 지난 5월15일부터 미 중앙정보국(CIA) 등과 함께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수행해왔다.

SDF는 전날에는 알바그다디 제거 이후 후속작전으로 그의 '오른팔'인 IS 대변인 아부 하산 알무하지르도 제거됐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도 SDF와 미군이 협력해 시리아 북부 자라불루스 인근에서 알무하지르를 포착하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날 아브디 사령관은 외신들에 미국에 대한 배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NY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이 약속을 지킬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결국엔 약함과 실망만이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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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SDF와 손을 잡은건 IS에 맞서 미군을 도울 시리아 병사들을 모집하면서다. 미군은 SDF와 접촉해 쿠르드족 병사들을 직전 훈련시키고 무기도 지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IS 소탕작전 최전선에 뛰어들며 국경을 넘어선 위험한 작전까지 수행하도록 했다. NYT는 미군 전직 장교를 인용해 "미국이 쿠르드족에 우리편에 협력하면 안전한 자리를 보장해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쿠르드족 여전사 조직인 여성수호대(YPJ)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등에 칼을 꽂았다"면서 "미국은 터키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했지만 무슨일이 일어났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케일라 뮬러의 한은 풀어줬지만 또다른 피해자이자 조력자인 쿠르드족의 등에는 칼을 꽂았다는게 쿠르드족 여전사들의 반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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