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론주의 귀환'…아르헨 대선 좌파 페르난데스 승리 확실시

뉴스1 제공 2019.10.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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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좌클릭'…포퓰리즘 재등장할까 디폴트 우려 ↑
페르난데스 6%p차 승리…내달 결선 투표 없을 듯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 AFP=뉴스1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중남미 2대 경제 대국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기업인 출신의 친시장주의자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큰 표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아직 공식 집계가 끝나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확정된다면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포퓰리즘을 상징하는 페론주의자(국가 주도적 사회·경제정책)가 재집권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아르헨티나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75% 이뤄진 현지시간 오후 9시30분 기준 페르난데스 후보가 47.36%를 득표해, 41.22%를 얻은 여권 대선후보 마크리 대통령을 약 6%포인트(p) 차로 앞섰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아르헨티나에겐 멋진 날이다"라며 승리 선언을 했다. 마크리 대통령도 "(아르헨티나) 미래의 비전이 위태롭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부통령 후보 삼아 러닝 메이트로 뛰었다. 따라서 페르난데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2003~2007년)과 함께 12년간 연금 확대, 기업 국유화, 공무원 증원 등 포퓰리즘 정책을 적극적으로 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2007~2012년)가 부통령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마크리 대통령은 5년 전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당선됐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 했고 따라서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래도 당초 마크리 대통령은 페르난데스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고 다음 달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출구조사 결과 페르난데스 후보의 득표율이 승리 조건인 득표율 45%를 웃돌면서 2차 투표 없이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는 칠레와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됐다. 시위의 원인으로 지독한 경제난과 경제적 불평등 등이 꼽히는데 아르헨티나 대선에도 이 같은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즉, 국민들은 정부가 지금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무언가 펼쳐주길, 재정을 풀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4년 만에 좌파 페론주의 정권이 다시 돌아오게 되면 국가 빚이 크게 늘어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정이 불안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어야 했다.

윌슨 센터의 니콜라스 살디아스 선임연구원은 "페르난데스의 승리에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며 "(1차 선거 결과가 나온 뒤) 8월처럼 잔혹하지는 않겠지만 투자자들은 나라 밖으로, 또 은행 밖으로 돈을 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금이 일시에 아르헨티나를 떠나면 통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이런 우려로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지난주 선거를 앞두고 6% 가까이 하락했다. 페르난데스 후보(47.78%)가 마크리 대통령(31.79%)을 큰 격차로 꺾은 지난 8월 예비선거 직후에도 페소화 가치가 하루 만에 18% 넘게 급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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