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그늘…대우조선·삼성重, 못받은 돈만 3조원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9.10.28 11:18
글자크기

선주 인도포기 선언 잇따라…'드릴십 뇌관'에 속앓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6년 8월 23일 트랜스오션에 인도한 드릴십의 모습/사진=머니투데이 DB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6년 8월 23일 트랜스오션에 인도한 드릴십의 모습/사진=머니투데이 DB


국내 조선업계가 또다시 해양플랜트의 일종인 '드릴십'(Drill Ship, 이동식 원유시추선) 인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유가로 선주 측이 드릴십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 (31,650원 ▼900 -2.76%)삼성중공업 (9,890원 ▲60 +0.61%)이 드릴십을 인도하지 못해 받지 못하고 있는 잔금만 현재 30억달러(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드릴십은 10척, 금액으로는 52억8000만달러(6조23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7% 가량인 30억4350만달러(3조5600억원)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인 드릴십 1척의 판매계약 취소를 최근 통보받았다.

지난 4월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의 자회사 웨스트코발트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선박으로, 매각 대금은 3억5000만달러(4100억원), 인도 예정일은 2021년 1분기였다.



그러나 노던드릴링은 돌연 인도 포기를 선언했다. 노던드릴링은 "웨스트코발트가 미리 지급한 선수금(4920만달러)과 손해 배상금 등을 대우조선해양에 청구할 것"이라며 소송전까지 예고했다.

해당 드릴십은 당초 2013년 미국 시추회사 밴티지드릴링으로부터 수주한 건으로, 드릴십 건조 중에 선주 측이 건조 대금을 내지 못하면서 2015년 계약이 해지됐다. 대우조선은 지난 4월 최초 계약액의 절반 수준인 3억5000만달러에 이 드릴십을 웨스트코발트로 넘기기로 했었다.

대우조선은 "당사에 귀책 사유가 없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추선을 포함해 잔고에 보유하고 있는 드릴십은 현재 5척으로 나머지 4척(엔스코 2척, 노던드릴링 2척)은 전체 계약금액 대비 60% 가량 돈을 받았다. 대우조선이 받지 못한 드릴십 잔금(5척)은 총 10억7350만달러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달에는 삼성중공업이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Transocean)으로부터 현재 건조 중인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이행 포기 의사를 접수했다.

해당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그리스 오션리그(Ocean Rig)로부터 2013년 8월과 2014년 4월 각각 수주한 선박들로, 작년 트랜스오션이 오션리그를 합병하면서 이 2척 물량을 인수했다.

두 선박의 계약가는 각각 7억2000만달러(약 8600억원), 7억1000만달러였으며 납기는 올해 9월과 내년 9월이었다.

삼성중공업이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받은 금액은 1호선 3억4000만달러, 2호선 1억8000만달러 등 모두 5억2000만달러다. 트랜스오션이 최종 인도를 거부할 경우 삼성중공업은 남은 건조 대금 9억1000만달러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양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PDC)과도 3년째 드릴십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받지 못한 드릴십 잔금(5척)은 총 19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선주가 해양플랜트 인도를 지연시키거나 혹은 아예 취소하면 조선업체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해양플랜트 설비는 기당 5억달러를 호가하는 초대형 규모여서 건조나 인도가 지연되면 도크에 하루 정박해 두는데 소모되는 유지비만 해도 엄청나다. 해양플랜트는 원유 생산, 저장, 하역을 위한 설비(플랫폼)와 원유 시추를 위한 반잠수식시추선, 드릴십 등 종류가 있다.

특히 드릴십은 마지막 인도 시점에서 선박 건조 대금의 6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이 많기 때문에 발주사가 자금난에 처하면 조선소 현금흐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드릴십 발주사는 미국이나 유럽 원유시추업체가 대부분으로, 이들 업체들은 저유가로 주식이 반토막나거나 일부 파산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어려운 재무상황을 겪고 있다.

지금처럼 미국산 셰일오일 개발붐 및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 해양플랜트 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액이 크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특성상 안정적인 유가 수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발주가 나오기 어렵고, 조선사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선주들의 인도 지연 및 포기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