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역대급' 성적에도 표정 어두운 이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10.2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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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3Q 순이익 1조원 육박했지만…은행 '수익성·건전성↓', 비은행 '제자리'

주요 금융그룹이 올 3분기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신한·KB·하나금융지주는 일제히 분기 순이익 1조원에 육박했고 우리금융지주도 6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은행의 수익성·건전성 지표에 노란불이 켜졌고, 이를 상쇄해야 할 비은행 수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금융그룹 '역대급' 성적에도 표정 어두운 이유


27일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3분기 역대 최대인 98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사상 최대인 2조8960억원으로,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굳게 지켰다.



KB금융은 올 3분기 순이익 94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135억원) 감소했고, 연간 누적 순이익(2조7771억원)도 작년보다 3.2%(917억원) 줄었다. 하지만 작년이 사상 최대, 올해는 두 번째인 호실적이다.

하나금융은 3분기 명동 사옥 매각이익(세후 약 3200억원)이 더해지며 83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주사 설립 이래 3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누적 순이익(2조404억원)도 처음으로 '3분기 2조원대'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선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지주가 5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분기보다는 못하지만, 지주사 전환 첫해 양호한 실적을 이어간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연말에도 이런 흐름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3분기 NIM(순이자마진)은 1.53%로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p) 떨어졌다. KB국민은행 NIM도 3분기 1.67%로 같은 기간 0.03%p 하락했고 KEB하나은행은 0.07%p 떨어진 1.47%를 기록했다.

앞으로 NIM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고, 성장률 둔화로 시장금리가 반등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금융그룹 CFO(최고재무책임자)들도 NIM 하락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류승헌 신한금융 부사장은 "기준금리가 0.25%p 내릴 때 연간 NIM 하락 폭은 0.03%p 정도로, 기준금리 하락 효과가 내년까지도 연결될 것"으로 관측했고, 김기환 KB금융 부사장도 "당분간 금리하락 사이클에서 은행의 NIM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수익성 둔화와 동시에 건전성 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작년 말 0.25%에서 올 상반기 말 0.31%, 3분기 말 0.33%로 상승세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0.23%, 상반기 말 0.26%, 3분기 말 0.29%를 기록했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0.25%에서 올 1분기 0.29%로 치솟았지만, 3분기 0.23%로 끌어내렸다.

비은행 계열사의 분발이 요구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하나은행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은행 순이익/그룹 순이익)는 2분기 85.8%에서 3분기 87.8로 2.0%p 올라갔고, 같은 기간 국민은행( 1.2%)과 신한은행(1.1%p)의 비중도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마다 M&A(인수·합병) 등 비은행부문 강화를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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