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억원 챙기고도 추징금은 '0원'
시세차익으로 약 189억원을 챙기고도 추징금은 '0원'을 선고하는 판결이 또 나왔다. 주가조작 혐의로 넘겨진 벤처1세대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은 최근 1심 재판에서 실형과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추징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주가를 모두 '사기적 부당거래로 인한 이득금'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과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 등 향후 재판에서도 추징에 대한 법원 판단이 유지되면 부당이익을 한 푼도 환수할 수 없다.
문제는 부당이익에 대한 명확한 산정 기준이 없어 몰수·추징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가조작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탕'하면 그만, 주가조작 사각지대
189억원을 챙긴 것으로 의심받는 김 회장에게 추징금이 선고되지 않은 이유는 부당이득액 산정의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검찰도 '부당익득금 산정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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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 TF팀(태스크포스팀)'은 올해 7월 초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당이익 산정기준을 골자로 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다. 검찰은 1차 검토 의견이며 확정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대검의 산정기준 규정 초안을 보면 부당이득액은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부당행위 유형별로 산정방식을 세분했다. 특히 위반행위로 변동된 주가 전체를 부당이익으로 본다. 입증책임도 위반자에게 있다.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처럼 부당이익 산정 불가를 이유로 주가조작 사건 21건(74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여전한 입법 구멍 탓에 놓치는 부당이득액이 매년 수백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입법 미비로 '한탕 하고 잠시 옥살이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퍼지는 것도 문제다.
박용진 의원은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지만 부당이득산정 기준 규정이 없어 추징 몰수가 제대로 되지 않다"며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주가조작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