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더니, 백화점 명품판매는 고공행진 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9.10.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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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영향 적은 명품 영업강화, 밀레니얼세대 등장에 라인업 다변화 등 복합적 요인

최근 정비를 마친 롯데백화점 명품관/사진=롯데최근 정비를 마친 롯데백화점 명품관/사진=롯데


현대백화점은 올 연말 오픈을 목표로 ‘에르메스’·’버버리’ 등 주요 명품 브랜드 매장 리뉴얼에 들어갔다. 특히 압구정본점 '에르메스' 매장의 경우 국내 8개 '에르메스' 매장 중 처음 복층 형태로 기존보다 영업면적을 2배 이상 늘렸다. 롯데백화점도 올초 명품 시계브랜드 IWC와 쥬얼리 브랜드 까리띠에 매장을 리뉴얼한데 이어 디올과 불가리, 티파니 매장 등 명품관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경기침체와 유통업계 불황에도 명품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백화점들도 명품관을 확대하고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2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 현재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의 명품매출 신장률은 24~31.6%로 지난해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악화가 무색하게 명품은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이후 백화점 명품매출은 지속 성장세다. 롯데백화점이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자리 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을 빼면 2017년 이후 백화점 3사는 매년 두자리수 명품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는 더 높아진 것이다.
백화점 전체매출에서 해외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온라인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명품 수요덕에 백화점이 실적부진을 만회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불황이라더니, 백화점 명품판매는 고공행진 왜?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 '명품효과'와 관련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백화점은 그동안 모객효과와 품격의 지표로 명품 브랜드를 활용해왔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3대 명품의 입점 유무로 일류 백화점을 따지곤 했다. 해외명품은 국내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지만 고가여서 실제 백화점몫 수입도 크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의 수수료가 25%라면 100만원 어치를 팔아야 25만원을 벌지만 명품은 개당 수백만원이어서 10%만 수수료로 잡아도 절대액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백화점들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신생 명품들도 잇따라 들여오는데 이들 브랜드는 마진율도 비교적 높다는 후문이다.

명품의 경우 온라인 공세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최근 백화점들이 명품에 힘을 쏟는 배경중 하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구매자들은 통상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백화점을 선호하며 신뢰도가 낮은 온라인에서는 구매하지 안는 경향이 있다"면서 "백화점이 최근 VIP고객대상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고객에게 대접받으며 쇼핑한다는 경험을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수요층의 세대변화도 주목할 요인이다. 명품의 주 소비층은 40~60대지만 최근 가심비와 가치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자)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생필품은 저가상품을 사더라도 패션 뷰티 제품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명품의 고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수요를 공략하기위해 명품 브랜드들도 기존 가방과 구두 등 잡화 중심에서 패션의류, 시계, 보석, 액세서리에 남성용까지 제품 라인업을 대폭 늘리고 있다. 기존의 고상한 스타일은 버리고, 자연스러운 스트리트 패션 디자인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소비층이 젊은층, 남성까지 넓어지고 가심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명품 구매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이라며 "주요 명품 브랜드 매장들을 새롭게 꾸미고 해외 유명 브랜드도 지속 발굴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명품 수요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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