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이건희'와 비교한 재판장…이재용 눈빛이 흔들렸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9.10.25 13:35
글자크기

[현장+]파기환송심 첫 공판…이재용, 담당·차분 → 재판장 이례적 언급에 '술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2019년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25일 오전 대법원에서 돌려보낸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법정에 627일만에 피고인으로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81,200원 ▲400 +0.50%) 부회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번 재판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1993년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고자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이같이 물어봐서다.

재판 시작 40여분 전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법정에 들어와서는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이었다. 주로 앞을 응시했으며, 때로 방청석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양옆의 변호인단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재판이 시작된 후 '인정신문'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재용입니다.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말했다. 재판 도중 재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공판 기일 날짜를 정할 때는 변호인들과 적극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35분간 진행된 이날 공판은 대체로 향후 재판 절차를 논의하면서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가 공판 말미에 재판 진행상황과 무관한 세 가지 당부사항을 덧붙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정 부장판사는 먼저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정에 정적이 흘렀다. 이 부회장은 말없이 재판부를 응시했다. 표정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발언에 장내가 술렁였다.


정 부장판사가 "마지막으로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고 말하자 이 부회장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정 부장판사는 "어떠한 재판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 달라.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의 '총수로서의 선언'을 물었다. 이 부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재판부를 응시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이 끝난 후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수고하셨다"며 차에 탔다.

이날 이 부회장의 법정 출석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100여명 가까운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총 34석(입석 20석)뿐인 방청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이 부회장이 법원에 나타나자 시민들이 "이재용 화이팅" "이재용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