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약국에도 내 정보가…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10.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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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AI,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혁신 산업에서 중국 뒤를 쫓아가야 하는 한국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필자: 혹시 페이코나 앱카드로 결제 가능한가요?
점원: 네?
필자: 깜박하고 신용카드를 안 가져와서요.
점원: 삼성페이는 되는데, 다른 건 안됩니다.



지난 주말 신용카드를 안 챙기고 밖에 나갔더니 스마트폰으로는 살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이달 중순에 방문했던 중국 상하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중국 방문은 중국 핀테크기업 탐방이 목적이었다.

일정 첫날 신유통을 표방하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겸 레스토랑인 허마셴셩(盒馬鮮生)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매장은 로봇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주문부터 음식배달까지 직원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었다. 주문은 QR코드와 스마트폰으로 가능했고 음식은 로봇이 테이블 바로 옆까지 가지고 오는 시스템이었다.



슈퍼마켓에서 구매할 때도 무인계산대에서 물건을 스캔하고 허마 앱을 실행시켜서 QR코드를 보여주면 끝이었다. 중국고객 중에서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중국 방문에 같이 간 일행들만 현금을 내고 물건을 샀다.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뉴스가 많다. 특히 안면인식 분야는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선두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그 위력을 실감했다.

지난해 5월부터 중국에 외국인이 입국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가 하나 생겼다. 바로 얼굴 사진과 열 손가락의 지문을 등록하는 절차다. 등록하고서도 설마 중국 내에서 안면인식을 통해 외국인의 신원정보까지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이번 중국 방문 중 감기가 걸려서 약국에 갔다. 약간 센 감기약을 사려고 하니, 신분증을 가지고 안면인식을 통해 본인여부를 확인한 후 약품관리대장에 등록해야 살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설마 여권도 되겠어라는 심정으로 외국인인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여권도 가능하단다.

6~7년 전만해도 약국에 비치된 노트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는데, 지금은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자동 관리한다. 중국이 변했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게 바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다. 이 분야의 선두업체는 2014년 설립된 센스타임(Sensetime)이다. 지난 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받으면서 75억 달러(약 8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세계 최대 AI 스타트업이다.

마침 이번 중국 방문 기간 중 센스타임을 탐방했다. 재밌는 건 건물에 들어서자 회사를 견학 중인 중국 공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이유는 뒤에서 살펴보자.

건물 1층에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시설이 전시돼 있었다. 회사 관계자가 컴퓨터 비전과 안면인식을 이용한 다양한 시연을 보여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신분증을 놓고 안면인식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시연이었다.

시연만 볼 때는 재밌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런 안면인식 장비가 중국 전역의 약국에 다 깔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센스타임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중국 전역에 걸친 안면인식 시스템 보급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호텔에 체크인할 때는 안면인식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또한 5성급 호텔은 로봇이 룸서비스를 가져다 주는 등 일상 생활에서 로봇을 이용한 서비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안면인식 분야의 가장 큰 수요자는 다름아닌 중국 정부, 그 중에서도 공안부문이다. 정부 납품이 센스타임 매출 중 약 40~5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구매가 없었다면 센스타임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14억명에 달하는 방대한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DB)에 센스타임이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개발을 도왔다. 중국 정부가 사회 감시와 통제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상부상조인 셈이다. 그 덕분에 상하이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난징루에서는 5G 로봇경찰인 ‘월E’가 순찰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보행자들의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중국의 AI산업 발전은 정부 주도하에 성장했지만 사회 감시를 강화했다는 부정적인 비난도 받는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성큼 앞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신용카드가 필요 없는 사회, 동네 약국에서도 안면인식 시스템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본격적인 AI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마침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AI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를 이끌 혁신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매진해야 할 때다. 이제는 중국 뒤를 쫓아가야 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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