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상 뇌, 가벼운 인지능력 저하를 보이는 뇌,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사진=사이언스소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뇌 속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세포를 파괴해 기억력 감퇴, 알츠하이머를 발병시킨다는 일명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다.
일각에서는 아두카누맙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만큼 개발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지난 3월 아두카누맙 임상3상에 대한 무용성 평가를 진행했고, 효능 입증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추가 환자모집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에자이와 이미 모집돼 있던 환자들을 추가적으로 관찰했고, 주요 평가 변수인 임상치매척도(CDR-SB)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상세 데이터를 오는 12월로 예정된 알츠하이머에 대한 임상시험학회(CTAD)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발표 내용대로라면 조기에 효과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주는 것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처음 밝혀낸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기전의 치매 치료제를 연구 중인 국내 기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젬백스다.
젬백스는 지난 9월 알츠하이머 치료신약 GV1001에 대한 임상2상을 마치고, 현재 임상 데이터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GV1001은 기초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 감소와 타우 단백질 응축 억제, 신경세포의 염증·노화·사멸을 막는 기전을 입증한 바 있다.
젬백스는 바이오젠과 같은 CTAD에 참가해 GV1001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송형곤 젬백스 대표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히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며 “이번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서 GV1001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