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쥐띠 해인 2020년엔 또 어떤 격변이 몰아닥칠까. 신간 5편에서 요약되는 내년 트렌드 전망의 큰 두 줄기는 ‘개인’과 ‘기술’이다.
개인의 가치관과 흐름에 주목한 책은 ‘2020 트렌드 모니터’와 ‘2020 트렌드 노트’다. 전자가 분석한 내년 소비 트렌드 변화의 키워드는 외로움. 외로움의 크기가 소비자의 삶을 바꾼다는 것이 요체다.
특히 Z세대(1995~2003년생)는 항상 타인과 연결돼 있다고 보면서도 사회적 욕구에 대한 결핍을 가장 크게 느끼는 역설적 취향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저자는 “개인화가 심화하고 있는 사회성(취향)과 ‘타인에 대한 인식’이 개별 소비자의 소비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공동체에 대한 유대감이 적어지면서 공정성 개념도 개인의 이해관계에 국한해 생각하는 양상으로 변화한다. 지금 청년 세대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가’가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불공정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더 민감하다는 얘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후자에선 ‘혼자 라이프’를 외로운 ‘상태’가 아닌 삶을 꾸리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침대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몰아보고 ‘하나 사면 5분 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육아템을 주문하는 이들의 ‘혼자 살기’는 감정적 외로움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기보다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적극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회식 노래방처럼 불편한 사회성을 제거하고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나서는 여정도 이 같은 배경과 맞닿아있다.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인간관계 대신 반려동물에게 돌봄의 욕구를 충족하는 식이다.
혼자 라이프 시대엔 기업의 대응 논리도 달라져야 한다. 소비자와 친구처럼 평등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기술을 통한 디지털 혁신에도 빠른 세상의 변화가 보인다. 국세청이 최근 꼽은 신흥 부자 명단에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대신 유튜버, 웹작가 등 IT 관련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디지털 트렌드 2020’은 자수성가형 부자 가운데 상당수는 디지털 관련 산업을 이끈 이들이라며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중심에는 디지털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 저자들은 내년이 기술과 인간이 연결을 넘어 융합의 단계로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기술이 이제 도입기를 지나 혁신 폭발기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창립한 일론 머스크는 새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2020년엔 인간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2018년 중국에서 태어난 맞춤형 아기의 탄생은 유전자 편집의 실마리를 안겨줬다. 과학계에선 이미 포스트 휴먼으로 진화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저자는 “미래에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많이 연결되고 다양하게 융합하는 것이 미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미래보고서 2020’도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등 향후 10~15년간 50조 달러(5경 8595조 원) 이상의 비즈니스 가치와 부를 창조할 기술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제2의 인터넷’이 될 블록체인 편에선 페이스북 기업화폐 리브라 탄생부터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사고파는 에너지 프로슈머까지 자유로운 플랫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또 차세대 기술들의 융합 현장, 노화 역전과 수명 연장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트렌드 모니터 2020=최인수 등 지음. 시크릿하우스 펴냄. 308쪽/1만6000원.
◇2020 트렌드 노트=염한결 등 지음. 북스톤 펴냄. 296쪽/1만5000원.
◇디지털 트렌드 2020=연대성 지음. 책들의정원 펴냄. 305쪽/1만6000원.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김영사 펴냄. 536쪽/2만5000원.
◇세계미래보고서 2020=박영숙, 제롬 글렌 지음. 이희령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376쪽/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