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저지른 만행... 왜 피해자가 더 고통 받나"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19.10.28 05:34
글자크기

[피플]'강제징용피해자' 돕는 박철순 '아시아평화미래재단(가칭)' 설립 추진 부위원장

박철순 '아시아평화미래재단(가칭)' 부위원장이 2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박철순 '아시아평화미래재단(가칭)' 부위원장이 2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강제징용피해자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아시아 평화를 위한 '평화의 집' 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평화미래재단(가칭)' 설립 추진 선포식에서 자신을 '강제징용피해자'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박철순 '아시아평화미래재단' 설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사실 그는 재단 설립을 은퇴 이후로 계획하고 있었다. 퇴직 후 재단에 모든 노력을 쏟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경제보복이 나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아 괴롭다"고 하는 것을 보고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더는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박 부위원장이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의 말에 공감했던 이유는 그 역시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故박종옥씨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 태평양제도(옛 남양군도)에 끌려가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겨우 살아 돌아왔다. 태평양제도는 일제강점 시기 한국인 노동자들이 강제징용된 곳이다. 5000명 넘는 노동자들이 끌려갔으나 60% 이상이 돌아오지 못했다.



강제징용에서 돌아온 후 가족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5남 1녀 중 막내였던 박 위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가난에 허덕여야 했다. 힘겹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어려움은 여전했다. 박 부위원장은 "생계를 위해 아파트 공사장에서 한숨도 못 자고 일했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어렵게 살아온 그였지만 마음 한편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항상 남아있었다. 그래서 박 부위원장은 그들을 돕고자 2011년부터 영어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루스 베네틱트가 쓴 '국화와 칼'처럼 수십년이 지나도 인정받는 책을 쓰는 것이다.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려 국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다.


박 부위원장은 "일본이 식민 지배 침략 전쟁을 하며 아시아 국가들에게 어떤 피해를 줬고 일본 자체도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적고 있다"며 "일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국제사회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평화미래재단'이 그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박 부위원장은 "정부나 기업, 각종 민간단체의 도움 없이 '시민' 참여로만 재단을 운영하고 싶다"며 "어떠한 간섭 없이 시민의 힘으로만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재단 설립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안에는 재단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재단을 기획하려고 한다. 그는 "아무래도 시민들께서 주신 후원금으로만 운영하려다보니 시작이 많이 더디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을 잘 도울 수 있도록 시민분들께서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평화미래재단' 설립준비위원회([email protected])에는 박 부위원장(소프트웨어시험인증연구소 연구원) 이외에도 위원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자문위원 김용덕 일제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등 각계각층 인사 121명이 참여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