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0명 몰카' 제약사 대표 아들 감형된 이유는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9.10.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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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와 추가 합의…외부 유출 없었고 초범"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집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 30여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한 제약회사 대표의 아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유남근)는 24일 오전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모씨(35)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8월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3년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3년간 취업 제한 등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30여명에 달하고 성관계·샤워장면 등을 촬영해 피해자들이 정신적 피해가 크다"면서도 "원심단계에서 6명, 항소심에서 2명과 추가 합의했고 그 가운데 1명은 수사기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범이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동영상을 제3자나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은 다소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자택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성 약 30명과의 성관계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다.

법원은 지난 7월 열린 1심에서는 이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3년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간 취업 제한 등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증거에 의해 이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해자와의 성관계·샤워장면 등 사적 생활에 속하는 부분을 촬영해 일부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엄벌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1심 선고 때 "이씨는 영상을 유출한 바 없고 유출할 생각도 없었다"며 "피고인이 자라온 가정환경과 성격으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로 성장했고 왜곡된 성적 탐닉에 빠져 범죄를 저지른 만큼 처벌보다 치료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최후 변론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질렀다"며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사회봉사를 통해 타의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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