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보세

김리은, 송경원, 임현경 ize 기자 2019.10.2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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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보세


‘82년생 김지영’ 보세
정유미, 공유
김리은
: 1982년생의 지영(정유미)은 결혼과 출산 이후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지영은 해가 질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고, 본인도 모르게 다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증세를 보인다. 남편 대현(공유)은 그런 지영을 걱정하지만 차마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판매 부수 12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원작이다. 과거와 현실이 교차하는 구성으로 집중도를 높이고, 소설의 주된 줄거리와 장면들을 살리면서도 영화의 흐름에 맞춰 각색된 장면들을 통해 주제의식을 강화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거나 공감할 삶의 조각들을 쌓아올려 만들어진 김지영의 삶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빌런이 없다. 이는 영화가 화목한 가족과 가정적인 남편, 그리고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김지영이 딸이나 아내, 혹은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모색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왜 이처럼 보편적인 이야기가 2019년에 영화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지, 앞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

‘시크릿 슈퍼스타’ 보세
아미르 칸, 자리아 와심
송경원
: 가수를 꿈꾸는 14살 소녀 인시아(자리아 와심). 고민 끝에 ‘시크릿 슈퍼스타’라는 가명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3천만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다. 하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인시아에게 결혼을 종용할 뿐이다.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접으려던 순간, 한때 인기가수였던 삭티(아미르 칸)가 인시아에게 함께 노래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인도의 대표배우 아미르 칸이 ‘당갈’에 이어 또 한 번 여성인권에 대해 다뤘다. 전근대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에서 차별을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자체는 별반 새로울 것 없다. 다만 이 익숙함은 식상하다기보다는 폭넓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쪽에 가깝다. 좋은 의미에서 가슴을 울릴 줄 아는, 영리한 통속 멜로드라마. 이야기는 전형적일지 몰라도 인시아의 캐릭터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거리가 멀어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 등 어둡고 무거운 소재임에도 특유의 경쾌함과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끝내 희망을 노래한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개성을 북돋아주는 ‘아미르 칸’표 성장담.



‘더 킹: 헨리 5세’ 보세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턴, 릴리 로즈 뎁
임현경
: 왕자의 본분을 뒤로하고 궁 밖에서 방탕하게 지내던 할(티모시 샬라메)은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왕위에 올라 헨리 5세가 된다. 전쟁의 무용함을 일찍이 깨달은 할은 평화 수호를 다짐하지만, 혼란스러운 정세와 프랑스의 계속된 도발에 이상을 지키기가 힘겹다. 백년전쟁 시기 집권했던 잉글랜드의 왕이자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인 헨리 5세의 삶을 다룬다. 영웅의 활약상을 일대기로 그리는 대신, 삶의 단편을 통해 시대와 국가를 불문한 인간의 욕망과 고뇌, 어리석음에 대해 고찰한다. 처절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한 전투들은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운 전쟁의 미화되지 않은 민낯을 드러내고, 현재까지도 전쟁에 이용당하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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