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비중 확대', 文대통령 공약 철회하나

머니투데이 김민우 , 김예나 인턴 기자 2019.10.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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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고교학점제·수능절대평가 공약과 상충…교육부 "현장수용성 고려한 속도조절"

'정시비중 확대', 文대통령 공약 철회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비중 확대를 언급한 것은 '공정성'과 '공교육정상화'라는 두 가지 과제 중 '공정성'에 더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한 일종의 속도조절이다. 그러나 '정시·수시 비율 논쟁'에 다시 불을 붙임에 따라 당분간 교육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교육정책은 크게 △대학입시 단순화 △공정성 확보 △대입전형 간소화 △학교교육 정상화 네가지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시절 대학 입시제도를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전형 3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2015년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은 절대평가로 추진하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후 출범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과제에 '고교학점제' 시행을 약속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스스로 설정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수능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학교교육'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진 공약이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대학의 학생선발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중심의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해 자격고사 수준으로 치르고 학교교육과의 '교과성적'과 '학생부'를 중심으로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치러지면 정시 수능전형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충돌했다. 교육계에서는 수시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교현장이나 학부모들은 학생부 종합평가전형에 대한 불신이 컸다. 양측의 주장이 충돌하자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대입제도를 개편하겠다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2018년 8월 김영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한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는 82.7%가 "수능위주의 전형이 확대되길 원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해 8월 교육부는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종전의 20%수준에 머물렀던 수능선발을 30%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능절대평가 도입과제는 미뤄졌다.

국민의 여론을 받아 일종의 속도조절에 나선 셈이다. 공교육강화를 위해 수능절대평가 전면도입을 구상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 큰상황이라 수능을 통한 '공정성' 확보에 더 초점을 맞춘 셈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에서 '수능점수를 중시하는 정시를 30%로 늘리는 것은 수능절대평가라는 대통령 공약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이찬열 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지적에 "방향이 반대는 아니고 속도가 더디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후보자는 또 "교육정책의 방향과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 아무리 옳더라도 그것이 현장에 수용될 때에는 현장수용성이 높아야 갈등이, 혼란이 최소화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수능 절대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만큼의 그런 현장수용성이 없었다. 그것이 공론화 과정에서 수렴된 국민의 의사였습다"고 말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정시비중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불거진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대에 문 대통령이 더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만약 정시비율이 확대되면 학생들은 고교학점제의 당초 취지를 벗어나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수능 중심의 정시확대가 교육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연맹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반발했다.교사노조연맹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시 확대는 사교육 열풍, 강제 자율학습, 문제풀이 교육을 불러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교육의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시·정시 지나치게 한쪽에 쏠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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