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 정시 '확대' 대신 '상향'을 말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10.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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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단순·공정성 원칙 위에 국민수용성 최우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을 공언하면서 대입제도 논의가 급부상했다. 입시 제도는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다. 정시 확대의 장단점도 명확하다. 정부와 국회의 후속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22일 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정시 비중 상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향은 지난달초 이미 잡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논란의 한가운데 해외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이때 “여전히 입시 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특히 시정연설에선 일반적으로 쓰는 ‘정시 확대’가 아닌 ‘비중 상향’이란 표현을 썼다. 청와대는 ‘공정’ 해법을 묻는 국민의 요구에 보다 뚜렷한 제도개선 의지로 답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확대’가 다소 포괄적이라면 ‘상향’은 숫자가 따르는 선명한 개념이다. 말에 그치지 않는 구체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입제도를 “단순하게, 공정하게” 고치겠다고 말해왔다. 대선 공약은 수시 비중을 축소하고 대입을 크게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의 세 전형으로 단순화하는 것이었다. 2017년 4월 머니투데이 대선주자 인터뷰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을 통한 정시의 확대”를 이상적 제도로 꼽았다. 고교서열화 해소, 고교학점제 도입,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단계적 전환하는 것도 공약이다.

취임 후엔 ‘원론’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한반도평화, 경제, 적폐청산 등 다른 국정현안이 닥쳐왔다. ‘공정’만 해도 채용비리 등 특권과 반칙 해소가 더 시급한 분야가 있다고 봤다. 교육정책과 대입제도의 민감성을 잘 아는 만큼 신중했던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국가교육회의 출범식에서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무엇보다 공정하고 또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딱 그 정도였던 입시 제도는 ‘조국 논란’을 거치며 최우선 국정과제로 격상됐다. 문 대통령은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났다. 시정연설에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국민 요구는 훨씬 높았다”고 말한 것은 자성의 결과다.


현실론을 강조한 것도 변화다. ‘공교육 정상화’란 이상론 대신 현실적 요구를 반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그 결과가 정시 확대다.

정시 확대(비중 상향)는 대체로 국민적 지지가 높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무엇을 할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도 고민한 결과라고 본다.

정시 비중 상향을 위해 채워야 할 빈 칸은 여전히 많다. 교육부는 당초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 등을 없애겠다며 수능 개편안에 절대평가 과목 비중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수능을 통한 정시 비중이 늘면, 수능변별력이 더욱 요구된다. 변별력이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결국 절대평가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

학생·학부모, 학교와 학원, 대학 등 교육 관련 이해 당사자간 온도차도 존재한다. 대학은 자율을 내세워 수시 확대를 원하는 반면 학생·학부모는 정시 선호가 많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회원 대학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89개교의 52.8%인 47개교가 적정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미만’이라고 답했다. ‘30~40%’라는 답변은 31개교(34.8%)다.

반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설령 정시가 확대돼 부유한 가정에서 상위권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나오는 불공정성보다 더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시 확대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5일 교육관계장관들을 불러 구체적 대책을 모색한다. 교육관계장관회의는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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