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학 찾은 이낙연 "한일관계 경색, 청년들 마음에 상처줘"

머니투데이 도쿄(일본)=박준식 기자 2019.10.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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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동아시아 관심 많은 법대생 19명과 진솔한 대화…"아버지 세대 역사의 상처 있지만 청년은 상대만 보고 미래 구축하라" 당부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일본을 방문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교 미타캠퍼스를 방문, '일본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일본을 방문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교 미타캠퍼스를 방문, '일본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인적으로 지금 한일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가장 제가 아프게 생각하는 건 청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그것은 어른들이 청년들의 시간과 마음을 뺏는 것이다. 여러분 아버지 세대가 역사로부터의 상처를 갖고 양국관계 바라봤다면 여러분은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면서 상대를 보고 미래를 구축하는 것이 어른(성인)들이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명문 게이오대학 법학부 학생들과 한일관계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양국 지도자들의 반성과 관계개선을 촉구했다. 서로 상처를 가진 어른들이 감정적으로 다투면서 상처가 없는 청년들의 우호 교류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겸허하게 자성한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도쿄 게이오대 미타캠퍼스 동관 스몰컨퍼런스룸에서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사회로 3~4학년 학부생 19명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참석한 대학생들은 동아시아 관계를 공부하는 이들로 한국 관계에 관심이 높은 이들로 자원을 받아 이뤄졌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 실명 등은 언론에 익명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밝은 분위기에서 이뤄진 대화에서 이낙연 총리는 언론에서 보이는 한일관계 갈등과 현실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제가 기자로 21년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보도의 한계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실제 양국 국민 정서보다는 정치적인 면이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1989년 8월 무렵 신문사에서 제게 도쿄특파원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같은 시기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출마를 제안했다"며 "그 제안을 거절하고 주저하지 않고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일본이 전후에 대단히 발전해 지도국가 중 하나로 발전한 사실은 분명한데 당시 제가 일본에 기대한 세계지도국가의 하나로서 여유나 배려를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어른의 사귐, 어른들의 관계에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 배려가 훨씬 더 요구되고, 상호 이해와 배려는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일본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총리는 서울에서의 반일집회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대외관계에 가지는 관심이 과거보다는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공정함이라든가 정의에 대한 대단히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데 이 공정함이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면 거기에 항의한다든가 또는 이의를 제기한다든가 하는 걸 봇물처럼 쏟아내며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를 굉장히 활력있게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일본여행 보이코트에 관해서는 "한국 인구 5200만명 중에 연인원 2800만명이 외국여행을 가는데, 지난 7월 이후 일본 여행이 격감한 것은 상대가 나를 싫어하는게 아닐까라고 여기면 (일본을) 편하게 여행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불편한 마음을 양국 국민이 갖고 계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며 "그런 마음을 없애드리도록 정치가 좀 더 지혜를 짜내고 분발해야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일본을 방문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교 미타캠퍼스를 방문, '일본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학생들과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일본을 방문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학교 미타캠퍼스를 방문, '일본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학생들과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낙연 총리는 경색된 한일관계는 기성세대 책임이 크다고 반성했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와 그때 체결된 여러 조약과 협정 위에 있고, 양국이 협정을 존중하며 지켜왔지만 협정 일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다"며 "부분적인 견해차이가 문제로 표출될 때마다 양국이 대화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왔고 지금도 그런 시기"라고 정의했다.

이 총리는 이어 "지금 양국이 부딪힌 문제들은 과거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1998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오부치 전 총리와 미래동반자 선언 파트너십 공동선언한 것처럼 1500년에 걸친 우호교류의 역사를 50년도 되지 않은 불행한 역사 때문에 훼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총리는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고 먼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토양을 물려주는게 지금세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총리는 "양국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좀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세계와 사물을 볼 수 있다"며 "이 자리 계시는 여러분을 비롯해서 양국 청년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한일관계를 보고 상대 국가를 보고 미래의 양국관계를 크게 보는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대화를 마친 후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도 "청년들과 대화가 한일 미래 관계에 좋은 재산이 될 수 있다"며 "미래는 청년들의 것이고, 청년들이 그 무언가에 영향을 받고 편견을 갖게 된다든가, 뭔가 구애받는다든가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24일 오전으로 예정된 아베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대해선 "(아베 총리) 말씀을 잘 듣고 저도 성실히 설명 드리겠다"며 "한일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데에 이의가 없으리라 생각된다"고 기대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양국이) 대화를 좀 더 본격화하도록 양국 지도자와 양국 정부가 뒤에서 미는 후원의 역할을 더 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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