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부행장들, 금투·보험사 사장 생각마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9.10.2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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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보험 전문가 위주로 인선 의지 표명...차기 회장 후보군은 내부 육성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한금융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한금융


앞으로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이 신한금융투자나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사장으로 가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본시장과 보험업계는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에서 신한은행 부행장 등 은행 임원들을 가능한 배제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최근 “부행장은 신한금투와 보험사로 갈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에서 신한은행, 신한카드 다음으로 중요한 계열사다. 상반기 지분율을 고려한 순이익은 신한금융투자 1447억원, 오렌지라이프 1388억원, 신한생명 989억원 등이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다음으로 그룹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동안 이들 계열사의 사장은 주로 은행 출신이 맡아왔다.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강대석 전 사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은행 출신이다. 김형진 전 사장은 신한은행에 입사한 뒤 인사부장과 가치혁신본부장을 거쳐 경영기획 담당 부행장과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을 역임했다. 전임인 이동걸 전 부회장이나 이휴원 전 사장도 모두 은행에서 잔뼈가 굵다.



신한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이병찬 전 사장 등 일부 보험맨이 있지만 권점주 전 부회장이나 이성락 전 사장은 모두 은행에서 부행장을 역임한 뒤 신한생명 CEO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계열사 CEO를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쌓은 뒤 신한은행장과 함께 지주회사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생명 CEO 출신으로 회장까지 된 케이스다.

조 회장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조 회장은 자본시장과 보험업계는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말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모두 외부 출신 전문가로 채웠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업의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재를 수혈했고 비은행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고 말했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동양증권 출신이며 채권 전문가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사장 등을 역임한 보험 전문가다.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은 전직 관료지만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보험 관련 업무만 22년 이상 해온 보험통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보험업계에 은행 출신 임원이 가서는 업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은행 내부 반발이 적지 않지만 이들 분야는 앞으로로 전문가가 CEO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CEO가 외부 출신으로 채워지면 이들 중 신한금융 회장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는 순혈주의가 강하다. 게다가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해 육성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주요 자회사 CEO 등 내부에서만 5명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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