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회복 위한 것?…나바로, 괜한 '설정'으로 中 비난 사

뉴스1 제공 2019.10.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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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백악관 고문, 反中 가상인물 창조 인정
출판사 "윤리기준 위반…발행본에 메모 추가하겠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담당 고문 <자료사진> © AFP=뉴스1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담당 고문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담당 고문이 중국이 미 경제를 위협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의 저서에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했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는 이를 "중국에 대한 중상모략"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자칫 무역협상을 잘 되게 도모해야 할 인물이 이를 뒷걸음질치게 만들 수 있는 경우라 주목된다.

지난주 나바로 고문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저서에 등장한 '론 바라'라는 인물이 사실 가상의 인물이며, 이름도 자신의 이름 철자만 바꾼 것이라고 고백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대학 관련 정보지 '고등교육 크로니클' 기고문에서 테사 모리스-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가 론 바라가 실존하는지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상인물 론 바라는 적어도 6개 이상 나바로 고문의 저서들에 등장한다. 그 중 하나는 지난 2008년에 나온 '다가오는 중국 전쟁'(The Coming China Wars)이다. 나바로 고문은 그동안 론 바라가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그 인물이 하는 반중(反中)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자 화춘잉(?春?)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나바로 고문을 겨냥해 "미국 일부 사람들은 중국을 억누르고 더럽히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양심 없이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런 움직임은 정상적인 국제 관계와 질서를 위협하고 훼손할 것"이라며 "미국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나바로 고문은 성명을 통해 "론 바라라는 인물은 단순히 그저 '오락적 가치'를 위해 써왔던 기발한 장치이자 필명"이라며 "누군가가 수년 간 숨겨졌던 책 속의 장난을 알아낸 것이 신선하다"고 해명했다.

나바로 고문은 중국 정부의 비난에 대해선 "론 바라와 친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그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고 사회적 신용등급을 낮췄다"며 "관련된 사건에서 중국 국가안전부는 모든 유머를 소셜미디어와 논픽션 책에서 금지했다"고 비꼬듯 반응했다.

나바로 고문의 책을 발간했던 출판사 프렌티스홀과 모회사 피어슨은 그러나 이번 상황을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출판사 측은 "이 가짜 인물은 우리의 윤리적 기준을 위반했다"며 "향후 발간되는 그의 저서에는 '론 바라'가 실제 인물이 아닌 나바로가 창조한 인물이라는 메모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바로 고문은 2016년 대선 이후 계속 무역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고문을 맡고 있다. 대중 무역전쟁 구도를 설계한 주체들 가운데에서도 강경파이며 중국 정부와 협상하는 미 대표단에 포함돼 있다. 그는 중국이 화폐 가치를 조작(위안화 절하)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미 제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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