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폭탄 발언에 남북 경협주 '패닉'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10.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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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기대감 이미 많이 하락한 상황…가시적 성과 나와야 반등 가능"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내 남한이 지은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북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 중이다. 특히 금강산과 직접 연관이 있는 아난티 (6,260원 ▼60 -0.95%)현대엘리베이 (40,850원 ▲100 +0.25%)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대북 관련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꺾이진 않았지만, 모멘텀이 없는 이상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오전 10시30분 아난티는 전날보다 900원(7.35%) 하락한 1만1350원에 거래됐다. 현대엘리베이는 5500원(6.84%) 내린 7만4900원을 기록했다. 아난티의 경우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대엘리베이는 외국인과 기관 모두 순매도하고 있다.

아난티는 국내 유일의 고급 리조트 개발전문기업이다. 2005년 정부로부터 금강산 골프&온천 리조트 승인을 받은 뒤 2008년 총 투자비 850억원을 들여 아난티 금강산 골프&온천 리조트를 완공하고 회원권 판매를 진행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금강산 아난티 영업활동이 중단됐으나 아난티 금강산 운영권은 50년으로 여전히 유효해 금강산 관광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금강산 개발 사업지분 66.02%를 가지고 있는 현대아산의 지분을 약 70%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아난티와 더불어 큰 수혜가 예상됐다.

이날 두 종목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금강산 내 남측이 지은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노동신문 보도에 급락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이)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하시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은 당초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던 사업이었으나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비춰봤을 때 당분간 성과가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대북테마주가 움직였으나 이는 제대로 진척된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기대감만 작용했던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오락가락하는 남북관계에 이미 많이 내려온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주가가 다시 반등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북경협에 대한 강한 압박을 통해 제재 해제의 물꼬를 트려는데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큰 맥락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틀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국만 아니라 미국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제재완화, 금강산 관광 등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 시에도 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관련 기업들은 2조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맡아온 현대아산은 사업중단으로 지난 10년간 누적 매출 손실이 1조5000억원에 달했고 중소 투자기업들 역시 6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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