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中쓰촨현대, 수소상용차 전진기지로 탈바꿈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9.10.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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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100% 지분 가능 "법인 정상화 급선무"…中 수소 정책 지원에 독보적 기술로 돌파구 찾는다

쓰촨현대 상용차 프로젝트 기공식/사진=머니투데이DB쓰촨현대 상용차 프로젝트 기공식/사진=머니투데이DB


현대차 (233,000원 ▼4,000 -1.69%)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 쓰촨현대를 수소 상용차 전진기지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수소전기차 장려 정책을 기회로 기술경쟁력을 살려 현지 상용차 사업 틀을 중장기적으로 개편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중국 정부가 현대차에 쓰촨현대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익명의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을 인용, 현대차그룹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지분 매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2012년 쓰촨난쥔과 지분 50대50으로 현지 상용차 합작법인 쓰촨현대를 세웠다. 그러나 프리미엄 유럽 버스·트럭과 저가 토종 브랜드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고, 중국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쳐 판매고를 겪다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 승용차(베이징현대·둥펑위에다기아)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상용차 공장은 철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6월에는 쓰촨현대 원가절감지원 TF(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얘기일 뿐"이라면서도 " 검토하고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쓰촨현대 100% 지분 보유가 괜찮은 선택지라는 평가다. 현지에서 '완전 외국계 기업'으로서 겪는 리스크 보다는 단독 법인으로서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 기술 유출 가능성 최소화 등의 장점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중국 수소전기버스/사진=장시복 기자중국 수소전기버스/사진=장시복 기자
특히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이란 독보적 무기를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 상용차 우선 정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쓰촨현대를 토대로 수소 버스·트럭 기술을 내놓을 경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쓰촨현대의 새 위기 돌파구가 바로 수소 기술인 셈이다.


실제로 이인철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수소 상용차의 인프라·판매 등 다양한 상황을 연구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건 아니지만 (쓰촨성)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고, 결정이 이뤄지면 이를 경우 2023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러모로 신사업 여건도 좋은 상황이다. 중국은 북미·유럽과 달리 수소승용차보다 상용차를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 1600여대는 모두 상용차였다. 중국 중앙 정부는 물론 쓰촨성도 현대차의 수소 상용차 생산을 적극 독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쓰촨현대 법인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캐시카우인 디젤 상용차 판매 회복이 급선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수소상용차 시장이 열리면 쓰촨현대 선점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수소전기차 충전소/사진=장시복 기자중국 수소전기차 충전소/사진=장시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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