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앞에 몰려든 암표상들(동그라미 안)./사진=심혜진 기자
KBO리그에서 암표와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키움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한창이던 22일 오후 7시 잠실야구장. 기자는 암표 거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와 중앙매표소 앞에 서 있었다. 이날 입장권은 경기 시작 30여 분 전인 오후 5시50분께 2만5000장이 모두 팔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퍼 차림의 중년 남성이 조용히 기자에게 다가왔다. 몇 장이 필요한지 물은 뒤 2장이라고 대답하자 손바닥만 하게 인쇄된 잠실야구장의 좌석배치도를 펼치며 3루 측 내야석 표가 있다고 했다. 가격을 물었다. 1장에 15만원이었다. 한국시리즈 블루 지정석의 가격은 6만5000원. 2배가 넘는 가격에 팔고 있는 셈이다.
암표가 거래되고 있는 현장./사진=심혜진 기자
그로부터 30분 후. 중앙매표소 앞 상황은 또 다르게 변했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단속을 하던 경찰관들이 사라졌다. 그러자 숨어 있었던 암표상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끼리의 정산 시간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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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는 여성 암표상도 있었다. 기자가 앞을 서성이자 그 여성은 마지막까지 표를 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 남성 암표상이 "적자 났다"고 한숨을 쉬자 옆 남성 암표상 역시 "나도 마찬가지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날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에는 '야구장 입장권 암표매매 등 기초질서 위반 특별단속 실시'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무색하게 걸려 있었다.
◇ KBO "암표상 처벌 수위 높여야" 한숨
암표 근절이야말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KBO는 암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티켓 재판매 스마트폰 앱 'KBO 리세일(RESALE)'을 출시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 앱을 사용하는 팬들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KBO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암표 근절 캠페인을 실시했다. 현직 해설위원, 캐스터 등 야구 관계자들이 나섰다. TV 광고로도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대책은 없는 것일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어 암표상 처벌 수위를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O 관계자는 23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티켓 한 장 한 장 이름을 대조하면 된다. 그 방법밖에 없다"고 한숨을 쉰 뒤 "단속반이 있긴 하지만 '하지 마세요'라고 제지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팬들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에 걸려있는 암표 단속 현수막./사진=심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