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 2인자와 삼성반도체 공장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19.10.2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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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지만 중국을 이끄는 지도부들의 행동은 특히 정치적이다. 행동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는 관영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파된다.

중국 권력 서열 2위이자 경제수장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산시성 시안(西安)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주중한국대사관도 방문 직후에야 알 정도로 이번 방문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말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스마트폰공장 가동 중단이 중국 입장에선 기분 좋은 일이 아닐테지만, 그럼에도 리 총리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은 다른 무언가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리 총리는 지난 9월 "중국 경제가 6% 이상 중고속 성장을 유지할수 있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6%는 성장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이 적잖았다.



한때 세계의 생산기지였던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기술수준이 발전하고 생산비용이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 철수는 상징적인 의미를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전통 제조업기반의 성장은 어렵다는 의미다. 외자를 유치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의 몇 안되는 선택지다.

리 총리는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은 내·외자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며 "각국 기업이 중국에 와서 발전 기회를 나누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나 공장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뜻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냉기가 돌던 한중 관계에 다시 온기가 도는 듯하다. 중국은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한국기업에도 우호적인 정책을 펴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삼성이 스마트폰공장을 폐쇄했지만 화웨이나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반도체에서 패널까지 핵심 부품을 삼성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격차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도 추진하고 있다. 자발적 개방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요구에 의한 것이지만, 시장 개방에 따른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2020년 12월1일부터 외국자본이 단독으로 중국에 증권사를 세울 수 있게 되고, 지난 15일부터는 외국 기업이 중국에 독자 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통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투자 대상 중국기업은 차고 넘친다. 될성부른 중국 기업에 대한 과감한 자본투자를 통해, 중국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 둔화의 위기에 있지만 중국이 14억 인구대국이자 GDP(국내총생산) 12조달러의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광화문]중국 2인자와 삼성반도체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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