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은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 '사윈'(Samhain)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켈트족은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11월1일을 새해 첫날로 보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31일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기 위해 제사를 올렸다. 이때 악령들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악령처럼 꾸몄다. 이러한 분장이 오늘날의 핼러윈 문화의 원형이 된 것이다.
핼러윈은 본래 매해 10월 31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어린이들이 유령, 귀신, 괴물 등의 분장을 하고 이웃집에 방문해 사탕과 과자를 얻으러다니는 기념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인들도 평소엔 할 수 없는 특이한 분장을 하며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됐다.
직장인 김서연씨(가명·28)는 지난해 핼러윈 전 주말, 지하철에서 온몸에 피투성이 분장을 한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입은 귀밑까지 찢어지고, 목에는 살갗이 벗겨져 안쪽 살이 빨갛게 드러나 보이도록 분장이 돼있었다. 김씨는 "입가에 피묻은 분장만 봐도 놀라는데, 온몸에 피가 묻은 모습을 보니 너무 징그럽고 무서웠다. 축제를 즐기는 건 좋지만 대중교통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마주하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핼러윈 코스튬이 특정 직업군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간호사복이 대표적이다. 몸에 꽉 끼거나 상의가 깊게 파인 변형된 간호사복이 핼러윈 코스튬으로 활용되고 있다. 잡화점 등에서는 핼러윈 상품으로 간호사복이 판매되고 있고, 테마파크에서는 이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핼러윈 코스튬으로 변형된 간호사 복장이 활용되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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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핼러윈 행사를 여는 어린이집, 유치원이 많아지면서 의상, 간식 등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
5살 아들이 있다는 한 누리꾼은 "주변에서 핼러윈 행사로 스트레스 받는 부모들을 많이 봐서 일부러 관련 행사를 안 하는 곳을 찾아 입소시켰다"며 "준비해 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해줄 수 없을 땐 부모된 마음에서 진짜 속상하지 않겠냐. 돈을 떠나서라도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축제만 기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미진씨(33)도 "작년에 행사를 한다고 해서 대형마트에서 대충 호박옷을 사서 입혔는데, 아이 친구들이 근사하게 분장을 하고 와 딸이 주눅들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엔 돈을 좀 써서 준비했다"며 "딸이 좋아하면 된 거지만, 유치원 다니는 애들이 핼러윈 행사가 무슨 뜻인지나 알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부작용이 생겨나다보니 외국 명절인 핼러윈을 꼭 챙겨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단순히 즐거움만 추구하는 축제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박준용씨(가명·28)는 "축제도 모두가 즐거울 때 의미가 있다. 핼러윈 때 과한 분장을 하고 번화가를 점령해 불편을 야기하는 건 외국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 생긴 부작용 같다"고 꼬집었다.
영어학원 강사인 김재연씨(가명·31)는 "몇몇 학생들이 우리 학원은 핼러윈 파티 안 하냐고 묻길래 '단오에 한복입고 널뛰기 하냐'고 물었더니 더는 말을 안 하더라. 우리나라 세시풍속도 안 챙기면서 남의 나라 명절을 기념하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즐거운 일탈'이라며 핼러윈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긴 누리꾼들은 "평상복 입고 이태원 갔는데, 재미있는 분장을 한 사람들이 많아 즐겁게 놀았다", "걷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모였는데도 마냥 신나기만 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이여진씨(21)는 "우리나라엔 '미친 척'하고 놀 수 있는 축제가 핼러윈 뿐이다. 성인이 된 이후 10월 말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