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콘서트]조영태 "인구는 예측가능, 정해진 미래는 기회가 될 것"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9.10.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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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 늘리기보다 사회질서 적응이 더 합리적…서울 수도권 집중완화해 청년 경쟁압력 낮춰야"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19 인구이야기 PopCon'에서 '인구학자가 본 대한민국의 정해진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19 인구이야기 PopCon'에서 '인구학자가 본 대한민국의 정해진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2일 "줄어드는 인구를 늘리는 것보다 사회질서를 바꿔서 적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서 열린 '2019 인구이야기, 팝콘(PopCon)' 프롤로그 강연에서 "인구는 계속 바뀌지만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정해진 미래'는 기회로 만들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인구 문제 관련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다. 베트남 정부 인구 및 가족계획국에 인구정책 전문가로 파견되어 1년간 베트남 인구정책 방향을 자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조 교수는 정해진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다르다고 했다. 기업의 경우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해답을 찾는 것보다 경제가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의 예시로 '김치냉장고' 시장을 들었다. 김치냉장고의 경우 일반적으로 결혼이나 이사시 많이 구입하는 가전이다. 조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혼인건수가 줄어든다고 김치냉장고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혼인건수가 줄고 있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 해당 인구계층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특성에 맞춰 전략을 바꿔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인 가구 늘어나니까 좋아하는 상품 만들면 그 시장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낭패를 볼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1인가구 늘어나는게 어떤 연령대인지, 그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인구는 거의 정확히 예측이 가능해서 시장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며 "이걸 가지고 미래 기획하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규제완화를 첫손에 꼽았다. 조 교수는 "변화되는 인구따라 사회질서 변하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새롭게 바뀌는 인구 시장, 인구구조에 맞춰 기업들이 방식을 바꿀텐데 이걸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전 대형마트가 늘어날 때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만들었는데 최근엔 상황이 달라져서 문을 닫는 대형마트가 생기고 있다"며 "예컨대 50만명 정도 되는 지방도시에 있던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지역상권도 다 죽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규제는 이미 바꿨어야 하는 게 맞다. 변화된 사회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정책은 확인해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는 노력도 지속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정부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지만 대두분 복지정책에 치우쳤다"면서 "복지는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조건이긴 하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선 청년층의 경쟁 압력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 지방인구가 너무 빠르게 서울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원이 많아서 경쟁할 필요 없으면 인구는 늘어난다는 것이 '멜서스 이론'이 밝혀낸 인구구조 변화의 근본원인"이라며 "개인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한정된 자원 획득을 위한 경쟁 심화되면 재생산(출산)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991년 대학입시 수험생이 100만명이었고 지난해 65만명 정도 됐는데 경쟁압력은 1991년보다 지난해가 더 컸다"며 "이유는 "1991년 대학진학률은 3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70%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수험생이 지방이 아닌 서울 소재 대학을 두고 경쟁한다"며 "우리사회가 모두 서울로 와야하는 데, 이렇게 경쟁 심화되면 어떤 복지정책 있어도 심리적 경쟁 높아져서 재생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의 인구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베트남을 꼽았다. 경제사회적 수준을 넘어 인구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있어 배울 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베트남은 전통적인 가족계획 대신 인구의 질, 즉 건강과 교육수준을 높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구구조를 만드는데 인구정책이 맞춰져 있다"며 "베트남이 한국보다 경제적으론 못할수 있지만 인구정책을 만드는 과정, 정책을 과감하게 바꾸는 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해진 미래를 위기로 바꾸기 위해선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관행적으로 살면서 성공한건 현재 50대가 마지막"이라며 "관행에서 자유로운 청년에게 권한을 주면 한국은 위기보다 기회가 훨씬 많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개인의 일상에서 '내가 관행적으로 해왔던 게 맞나' 질문을 하며 관행에서 벗어나면 '저출산고령화'는 그저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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