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구속영장은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 그로 인해 수사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때 청구한다는 점에서 검찰로선 정 교수의 신병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차장을 통해 컴퓨터를 교체·반출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았다.
코링크PE의 총괄대표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자 두 자녀와 남동생 정모씨 등과 함께 14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정 교수는 남동생과 함께 이 돈을 코링크PE에서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에 활용하는데 합의했고, 실제 투자 약정금액이 아닌 100억1100만원 규모의 허위투자 약정금이 기재된 정관에 날인하고 출자 증서를 교부받았다고 적시됐다. 정 교수 등은 이를 금융위원회에 정정 신고하지 않아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혐의를 받았다.
정 교수는 남동생 정씨와 2017년 2월 코링크PE 사무실에서 신주 250주를 5억원에 인수하는 유상증자 체결을 했다. 이에 조씨는 정 교수 남매에게 회사자금을 유용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기로 마음먹고, 같은해 3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정씨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은 혐의가 적용됐다.
또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860만원씩 1억5000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검찰은 이 돈이 정 교수 남매에게 준 수익금이라고 보고 조씨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밖에도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더블유에프엠(WFM)으로부터 월 200만원씩 7개월간 총 1400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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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검찰이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때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가 아니라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그간 의심해온 횡령액 일부가 이번 영장 청구 과정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WFM에서 받은 1400만원에 대해 "WFM은 원래 영어교육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며 영문학자로서 자문위원 위촉을 받아 2018년 12월부터 올 6월까지 월 200만원씩 받았다"면서 "제가 WFM의 경영에 관여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 자녀 입시비리도 검찰이 의심하는 핵심 의혹 중 하나다. 정 교수는 지난달 6일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딸이 지원한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을 모두 압수수색해 딸의 입학 지원 서류를 확보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총장 직인을 찍을 권한이 없음에도 아들의 수료증에 있는 직인을 스캔한 뒤 컴퓨터로 직인을 오려 딸 표창장에 붙여 넣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교수는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활동증명서 발급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위조된 표창장을 자녀의 대학원 입시에 활용하도록 했다고 판단해 위조사문서행사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또 서울대와 부산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총장 직인 파일이 어떤 경로로 그 PC에 저장된 것인지 그 정확한 경위나 진위를 알지 못한다"며 "다만 어학교육원장, 영어영재교육센터장 등 부서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여러 파일을 받았기 때문에 그 파일들 중 일부가 PC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도 "딸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가르치는 활동을 실제 했고, 그에 대한 표창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사자인 딸 조민씨 또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사활동이나 인턴을 하고 나서 받은 것을 학교에 제출했고 위조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증거인멸 의혹=검찰은 정 교수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PB 김 차장을 시켜 동양대 PC를 반출하고, 서울 방배동 자택의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했다고 판단해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영장에 넣었다.
검찰은 김 차장이 정 교수로부터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관련한 파일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트북을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로 가져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증거인멸 시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교 업무 및 피고발 사건 대응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데 과열된 취재로 인해 학교로 출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압수수색 당일 변호사를 통해 컴퓨터를 임의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교수 측은 사문서 혐의로 기소된 직후 검찰에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했으나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관련해 수사가 진행중이라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변호인이 신청하면 열람을 가능하게 하겠다"며 거부한 바 있다.
사건기록 열람을 두고 검찰과 정 교수측 공방은 정 교수의 첫 공판에서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오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교수 측은 방어권 행사를 위해 수사기록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검찰은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보여줄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새롭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정 교수 측의 요청대로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