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2시간 벽 깼지만 논란, '나이키 신발' 어땠기에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10.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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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창 탄소섬유판, 뛰는 힘 10%이상 늘려
"약물과 다를 것이 없다"…일각서 비판
논란에 국제육상경기연맹도 조사하기로

케냐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지난 12일 사상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2시간 벽을 깰 때 신었던 신발. /사진=AFP케냐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지난 12일 사상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2시간 벽을 깰 때 신었던 신발. /사진=AFP


지난 12일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일어났다. 케냐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사상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1시간59분40.2초 만에 완주한 것. 100m당 평균 17초06의 속도로 달려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이 기록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 마라톤 경기에서 세운 기록이 아니라 온전히 '2시간의 벽'을 깨기 위해 기획된 행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킵초게의 기록을 위해 페이스메이커 7명이나 달라붙어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대형으로 달렸다. 물도 스스로 집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탄 보조요원이 전달했으며, 앞서 달리는 차량은 레이저 장치를 이용해 속도 조절을 도왔다. 기록을 위해 완벽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킵초게가 신었던 신발. 기능이 워낙 좋아서 약물과 같이 선수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키워준다는 의미로 '기술도핑'이라는 지적까지 받는다.

도대체 어떤 신발이기에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난 걸까. 킵초게가 대기록을 세울 당시 신었던 것은 나이키 런닝화 '줌엑스 베이퍼플라이(ZoomX Vaporfly)' 시리즈 중 하나로,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밑창 중간에 탄소섬유로 만든 판이 붙어 있는데, 스프링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톤 선수의 뛰는 힘을 10% 이상 크게 높여주는 것이다.



킵초게의 2시간 벽 돌파가 화제가 되면서 일각에서 즉시 반발이 일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일부 마라톤 선수들이 국제육상겅기연맹(IAAF)와 육상청렴부(AIU)에 탄소섬유 밑창을 사용하는 나이키 운동화 착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 운동화 착용 여부에 따라 기록에 너무 큰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IAAF는 "신발이 선수의 발 보호와 안정이라는 목적을 넘어 부당한 도움이나 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나이키 신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수중 저항을 크게 줄인 폴리우레탄 소재의 전신 수영복이 개발되면서 세계 신기록이 양산되기 시작한 것. 이에 세계수영연맹은 2010년부터 국제대회에서 전신 수영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 월간지 와이어드 편집장인 니콜라스 톰슨은 온라인 매체 지제로(GZERO)에 "스포츠의 근대적 발전은 어느 정도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킵초게 사건에서 그가 뛴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신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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