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50억원에…"삼성이 흔들린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0.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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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공판…뇌물액·감경사유 등 변수 따라 재구속 판가름

운명의 50억원에…"삼성이 흔들린다"


삼성의 운명이 50억원에 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준 혐의를 받는 말 3마리 구입비(34억원)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이 재판의 결론을 가를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 문제를 두고 오는 25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은 이날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627일 만이다. 준비기일이 아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의 파기환송심도 이날 열린다.



◇최씨 측에 준 50억원…이 부회장 재구속 판가름 = 지난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많은 쟁점이 정리됐다. 대법원은 삼성그룹 차원의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승계작업의 존재나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뒤집었다.

남은 쟁점과 변수는 크게 두 줄기다. 쟁점으로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대법원이 판단한 뇌물액을 얼마나 받아들이냐, 변수로는 뇌물 인정액과 별개로 감경사유를 얼마나 고려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대로 뇌물액이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지난해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액은 모두 36억원. 대법원이 지적 한대로 말 3마리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까지 뇌물로 보면 총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최순실 측에 준 자금은 회삿돈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 50억원 이상 조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50억원의 성격이 이 부회장의 운명을 쥔 셈이다.

◇소극적 뇌물로 집행유예 받은 신동빈 회장…이 부회장은? = 대법원 선고에서 말 3마리와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리다툼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50억원이 추가로 뇌물로 인정되더라도 대법원이 강요에 의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영재센터 지원금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강요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대법원의 신동빈 롯데회장 사건 선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지난 17일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 이후 재량으로 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재산국외도피죄(50억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 징역)가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가능성이 열렸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의 경우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될 경우 삼성과 재계에서는 대규모 투자 등 중장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72,200원 ▼600 -0.82%)만 해도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부터 1년은 물론 이후에도 M&A(인수합병),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 임기가 끝나는 삼성전자 사내이사 자리를 연임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내려놓은 상태다.

◇재계 "日 경제보복·中 굴기 대응에 오너 리더십 중요" =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면서 일본 경제보복이나 중국의 디스플레이 추격 국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보복이 시작되자 이 부회장은 일본을 찾아 재계, 금융계 거물들과 직접 협상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33조원 투자 내용을 담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과 이달 13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QD(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도 총수인 이 부회장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파기환송심 선고가 올해 안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 안팎에선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침체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으로선 수년째 경영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는 게 가장 뼈아픈 지점일 것"이라며 "요새 재계에서는 수조원대 투자가 50억원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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