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날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627일 만이다. 준비기일이 아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최씨 측에 준 50억원…이 부회장 재구속 판가름 = 지난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많은 쟁점이 정리됐다. 대법원은 삼성그룹 차원의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승계작업의 존재나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뒤집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대로 뇌물액이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지난해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액은 모두 36억원. 대법원이 지적 한대로 말 3마리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까지 뇌물로 보면 총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최순실 측에 준 자금은 회삿돈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 50억원 이상 조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50억원의 성격이 이 부회장의 운명을 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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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뇌물로 집행유예 받은 신동빈 회장…이 부회장은? = 대법원 선고에서 말 3마리와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리다툼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50억원이 추가로 뇌물로 인정되더라도 대법원이 강요에 의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영재센터 지원금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으로 강요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대법원의 신동빈 롯데회장 사건 선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지난 17일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 이후 재량으로 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재산국외도피죄(50억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 징역)가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가능성이 열렸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의 경우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될 경우 삼성과 재계에서는 대규모 투자 등 중장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만 해도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부터 1년은 물론 이후에도 M&A(인수합병),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오는 26일 임기가 끝나는 삼성전자 사내이사 자리를 연임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내려놓은 상태다.
◇재계 "日 경제보복·中 굴기 대응에 오너 리더십 중요" =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면서 일본 경제보복이나 중국의 디스플레이 추격 국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보복이 시작되자 이 부회장은 일본을 찾아 재계, 금융계 거물들과 직접 협상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33조원 투자 내용을 담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과 이달 13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QD(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도 총수인 이 부회장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파기환송심 선고가 올해 안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 안팎에선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침체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으로선 수년째 경영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는 게 가장 뼈아픈 지점일 것"이라며 "요새 재계에서는 수조원대 투자가 50억원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