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졌지만 잘 싸웠다, 듀랑고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10.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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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야생의 땅 : 듀랑고(이하 듀랑고)’ 게임이 오는 12월 문을 닫는다. 결과적으로 흥행 면에선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 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사에 남긴 족적은 작지 않다.

넥슨이 2018년 1월 정식 상용화한 듀랑고는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는 실험적 장르를 내세워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천편일률적 MMORPG와 기존 IP(지식재산권) 재활용 게임만 즐비했던 시장에서 원작 없는 자체개발 신규 IP로 도전장을 던졌다. 높은 자유도와 생활 밀착형 시스템으로 콘텐츠도 차별화했다. 당시 경쟁사에서조차 “듀랑고 같은 실험적인 게임이 잘 돼야 시장이 다변화될 수 있다”는 응원과 기대를 쏟아냈다. 출시 초반만 해도 성공가도를 달릴 줄 알았다.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출시된 해 게임대상 최우수상은 물론 기획·시나리오·그래픽 등에서도 상을 석권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과 연계해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기자수첩]졌지만 잘 싸웠다, 듀랑고


그러나 운영과정에서 서버 장애가 지속돼 아쉬움을 남겼다. 단조로운 동선과 콘텐츠로 유저 이탈도 계속됐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에도 초반의 상승세를 회복하진 못했다. 결국 넥슨은 서비스 시작 약 2년 만에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듀랑고 종료가 뼈아픈 이유는 자칫 새로운 장르와 IP에 대한 대형 게임사의 투자 의지, 중소개발사의 도전 정신마저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흥행한 장르나 IP를 중심으로 비슷한 게임들만 양산되는 지금의 시장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정체될 대로 정체된 게임 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 새로운 게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다양한 혁신을 통해 온라인 게임을 주도했던 시절처럼.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게임 소비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듀랑고와 같은 장르적 실험과 도전이 더 절실하다. 듀랑고는 훗날 시대를 앞서간 개척형 오픈월드의 선구자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은 졌지만 잘 싸웠다. 듀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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