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 양자 전쟁 속 SKT 양자암호 리더 굳힌다(종합)

머니투데이 헬싱키(핀란드)=임지수 기자 2019.10.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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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U서 양자암호 프로젝트 수주 쾌거…양자키분배,암호생성기 시장 선점 노리는 SKT

레고아 리보디(Gregoire Ribordy) IDQ CEO가 17일(핀란드 현지기준)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itorni) 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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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아 리보디(Gregoire Ribordy) IDQ CEO가 17일(핀란드 현지기준)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itorni) 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유럽 최대 양자암호통신 시험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3년간 스위스,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주요국 약 1400㎞에 ‘양자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에 양자키분배기 주요 공급사로 참여한다. SK텔레콤은 미국에서도 양자암호통신 계약을 수주했다. SK텔레콤이 양자통신 사업 투자 10년 만에,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전문회사 IDQ를 인수한 지 1년 만의 쾌거다.

◇SKT, 美, EU서 양자암호 프로젝트 수주 쾌거=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진행된 ‘양자 플래그십 컨퍼런스’에서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이 추진하는 ‘오픈 QKD(양자키분배기)’ 프로젝트에 IDQ가 양자키분배기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IDQ는 지난해 SK텔레콤이 인수한 스위스 양자암호통신 전문기업이다.
오픈 QKD 프로젝트 개요/사진제공=SK텔레콤.오픈 QKD 프로젝트 개요/사진제공=SK텔레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로, 비눗방울처럼 미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해킹이 절대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동시에 나눠주는 기술이 양자키 분배기다. 만약 네트워크 중간에 해커가 암호키를 탈취하면 정보가 변해 금방 알 수 있어 해킹 원천 차단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EU가 추진하는 오픈 QKD 프로젝트는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노키아, 애드바 등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사,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 등 총 38개의 파트너가 참여하는 사업이다.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1구간에 약 100Km)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한다. 그레고아 CEO는 “총 1500만유로(약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오픈 QKD 프로젝트에서 IDQ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IDQ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업 및 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 실제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IDQ는 지난해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인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손잡고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IDQ는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키 전송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맡았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현재 구축된 양자암호 통신망을 내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약 800Km 구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외 IDQ는 오는 11월 괌·사이판 이통사 IT&E와 협력해 인기 관광지 괌에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美-EU-中 양자 전쟁…차세대 기술 패권 경쟁= 양자 기술은 0과 1의 이진법이 아닌 물리학의 양자 역학 원리를 이용해 복잡한 연산을 단시간에 풀 거나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부각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미국, 중국, 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기술 패권 경쟁이 한창이다.
美·中·EU 양자 전쟁 속 SKT 양자암호 리더 굳힌다(종합)
지난해 ‘제2의 양자혁명 선도’를 선언한 EU는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오는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의 예산을 기업, 연구기관 등에 지원해 통신, 컴퓨터, 센싱, 시뮬레이션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 프로젝트 골자다. 미국은 지난해 약 12억 달러(1조4000억원)를 양자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을 통과시켰고, 중국은 2020년까지 약 100억 달러(11조8000억원)를 투자해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글, 인텔 등 글로벌 ICT 기업들도 앞다퉈 양자 컴퓨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美·中·EU 양자 전쟁 속 SKT 양자암호 리더 굳힌다(종합)
양자 컴퓨터 기술이 활성화될 경우 기존 암호 체계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양자암호 통신 기술은 비눗방울처럼 미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해킹·도청을 시도할 경우 즉각 이를 알아챌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패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양자암호 시장이 2018년 1억 달러에서 2023년 5억 달러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T 양자암호기술 투자 10년…글로벌 대표 5G 보안기업 ‘성큼’=SK텔레콤이 주목하는 사징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을 신설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엔 양자ICT 전문 기업인 스위스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해 자회사로 인수하는 한편, 퀀텀테크랩 조직을 IDQ로 통합해 스위스, 한국, 미국, 영국에 IDQ 사무소를 전진 배치했다. 이후 SK텔레콤의 통신사업 역량과 IDQ의 원천 기술이 시너지를 낸 것이 최근 글로벌 사업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DQ가 참여하는 양자암호 시험망(오픈 QKD) 프로젝트는 미국, 중국에 대항한 EU ‘퀀텀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최대 1400km)에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한다. 또다른 양자키분배기 공급사로 선정된 도시바(최대 600km)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레고아 리보디 IDQ 대표는 “연구소 프로토타입 장비로 참여하는 도시바와는 2년 이상 기술력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다. IDQ는 이와 동시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업, 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 등에 실제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양자암호통신의 생태계를 넓혀 사업 기회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IDQ는 양자키 분배기 뿐 아니라 암호키를 만들기 위해 패턴이 불규칙한 난수를 만들어주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를 개발했다. 양자난수생성기는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를 만들어 내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해킹 위험을 원천 봉쇄한다. SK텔레콤은 올해 5G 가입자 인증서버에 이를 적용했다. SK텔레콤은 양자키분배기,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양자센싱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 4분기에는 양자난수생성기 제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5G 세상에는 모든 사물이 데이터화 되며 그만큼 보안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이 대한민국의 국보급 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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