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몰린 주말 취업전쟁…"어디든 붙기만 하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0.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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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CJ·한은 등 공채 필기시험 치러…오전·오후 고사장 이동에 퀵서비스 수송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 사대부고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 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 사대부고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 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꼭 붙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안 되면 삼수인데…"

하반기 대졸 최대 입사시험 전쟁이 치러진 19, 20일 주말 이틀 동안 10만여 명의 취업준비생이 취업문을 두드렸다. 토요일인 19일에는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 18곳과 CJ그룹 8개 계열사·우리은행 등이, 20일에는 삼성그룹 17개 계열사가 필기시험을 치렀다.



◇ "언어영역에 멘붕" 삼성고사 경쟁률 두자릿수 = 삼성그룹 신입공채 직무적성검사(GSAT)에만 5만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 직무적성검사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국내 5개 도시와 미국 뉴어크(뉴저지주)·로스앤젤레스 등 총 7개 도시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진행됐다.

삼성그룹은 올 상·하반기 대졸·초대졸·고졸을 통틀어 1만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하반기 경쟁률이 두자릿수에 달한다.



20일 삼성 직무적성검사를 치른 지원자들은 상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언어논리 영역이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직무적성검사는 Δ언어논리( 25분30문항) Δ수리논리(30분·20문항) Δ추리(30분·30문항) Δ시각적 사고(30분·30문항) 등 4개 과목 110개 문항을 115분 동안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잠실고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한 지원자는 "언어가 특히 어려웠고 수리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 반도체·디스플레이사업부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응시한 한 공대생은 "첫 시간 언어영역에서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나머지 시험은 상대적으로 평이했다"며 "과락이 있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언어영역에서 '효과가 나다'의 '나다'와 같은 의미를 찾는 유형의 문제를 두고 지원자들이 애를 먹었다. 답은 '어떤 작용에 따른 효과, 결과 따위의 현상이 이루어져 나타나다'는 뜻의 '결론이 나다'였다. '결론이 나다'와 '발표가 나다'를 두고 많은 지원자들이 헷갈렸다.


'가다', '들이다', '세다' 등의 정확한 뜻을 묻는 문제도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뽕잎-오디'처럼 단어의 관계를 묻는 문제도 까다로운 문제로 거론됐다. 수리논리 영역의 피보나치 수열이나 추리 영역의 도형 규칙 추리 문제도 짧은 시간에 풀기 힘들었다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이달 말 직무적성검사 합격자를 발표한 뒤 계열사별로 다음달 직무역량 면접, 창의성 면접, 임원면접(인성검사)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난 8월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지난 8월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 퀵서비스로 부리나케…"예비인생 지쳐"
=전날 오후 CJ (122,200원 ▲6,200 +5.34%)그룹의 인적성검사에서도 언어영역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어영역을 성토하는 지원자들의 시험 후기로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올랐다.

CJ그룹 인적성검사가 오후에 진행된 탓에 오전 금융권 필기시험을 치르고 퀵서비스 오토바이로 고사장에 온 지원자도 눈에 띄었다.

CJ그룹 고사장 입실완료 시간을 20분 앞두고 도착한 한 지원자는 "시험이 오전 오후로 이어져서 어쩔 수 없이 퀵서비스를 이용했다"며 "하루종일 시험을 치르는 것도 그렇고 시험 보는 데 드는 돈도 그렇고 이번에는 꼭 붙고 싶다"고 말했다. 퀵서비스 오토바이 이용요금은 서울시내에서 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치러진 금융공기관 필기시험에도 높은 보수나 안정된 직장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몰렸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18곳은 하반기 채용에서 1500명가량을 채용한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이날 시험을 치렀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일반기업에 비해 필기시험 비중이 큰 공공기관의 경우 대부분 논술시험을 봤다.

청년실업률 7.3%(9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높은 취업 문턱을 반영하듯 지원자들은 "결시자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시험날짜가 달랐던 삼성 인적성검사에서는 고사장마다 빈 자리가 한 석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 쓰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번 쳇바퀴 돌듯 예비인생을 살다 보니 어디든 취업만 되면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최근 청년실업률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는데 현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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