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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에게 “우리 함께 살까”…인간이 로봇에게 "어떡해요?”

머니투데이 대전=류준영 기자 2019.10.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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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자 오준호(KAIST) 교수·로봇윤리학자 폴 뒤무셸(리쓰메이칸대학) 교수 ‘인간·로봇 공존시대’ 대담

편집자주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선 지난해 7월부터 자율주행·음성인식·상호작용 기능을 갖춘 2세대 안내로봇 ‘에어스타’가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달부터 인간 대신 배달하는 자율주행로봇 '딜리 타워'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소트프뱅크의 서비스 로봇 ‘페퍼’는 최근 초등학교에서 영어 말하기·듣기를 가르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 인구의 27%가 노인인 일본에선 약 38만명 가량 부족한 간호·복지 인력 공백을 로봇이 메워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25년 전체 수술의 약 40%를 수술로봇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차츰 대체해 나가고 있는 요즘. 인간의 동반자로 다가오고 있는 로봇들과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로봇과의 상생법을 찾기 위해 저명 로봇공학자와 로봇윤리학자를 초빙해 대담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카이스트(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소장 오준호 교수(이하 오)와 일본 리쓰메이칸대학에서 로봇 윤리를 연구중인 폴 뒤무셸 교수(이하 뒤무셸)가 ‘인간과 로봇의 공존시대’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인간의 사회적 특성을 재현한 소셜 로봇은 인간의 본질·사회성을 연구하는 중요한 실험대이며, 이는 곧 인간의 자화상이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살아가면 로봇도 사람들을 본받아 인간을 도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셜 로봇은 인식·판단·표현 등 인간의 능력을 모방한 로봇을 뜻한다.
(왼쪽부터)폴 뒤무셸(리쓰메이칸대학) 교수, 오준호(KAIST) 교수가 ‘인간·로봇 공존시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폴 뒤무셸(리쓰메이칸대학) 교수, 오준호(KAIST) 교수가 ‘인간·로봇 공존시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KAIST 휴보랩 둘러본 소감은.

뒤무셸=휴보랩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4족 로봇,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등 다양한 로봇 플랫폼들을 연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행동대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조정기를 잡고 움직여 봤는 데 직접 입어야 하는 외골격 로봇 '엑소 스켈레톤'(Exoskeleton)과는 정반대의 개념이어서 흥미로웠다. 프랑스에서 뇌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엑소 스켈레톤을 본적이 있다.



오=내가 움직이면 로봇도 그대로 움직이는 일종의 아바타식 조정법이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행동을 모두 따라하지는 못한다. 그 한계가 우리의 다음 도전과제 가운데 하나다. 뇌 신호는 시간적·공간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뇌파로 차를 운전하거나 드론(무인기) 등을 조정하는 연구가 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왼쪽부터)폴 뒤무셸(리쓰메이칸대학) 교수, 오준호(KAIST) 교수가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KAIST 휴보랩)에서 ‘인간·로봇 공존시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폴 뒤무셸(리쓰메이칸대학) 교수, 오준호(KAIST) 교수가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KAIST 휴보랩)에서 ‘인간·로봇 공존시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로봇이란 무엇인가.

뒤무셸=일부 사람들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나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도 로봇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로봇은 화면이나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D)적 물체로 공간을 차지하며 존재할 때 비로소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혼다가 만든 로봇 ‘아시모’, 소니가 개발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 등이 우리 머릿속에 있는 로봇 이미지와 어울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봇은 사람 또는 동물을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드론(무인기)을 비롯해 평소에는 휠체어였다가 전동침대로 변신하는 파나소닉의 ‘레이존’ 역시 로봇으로 볼 수 있다. 기계의 외관만으론 로봇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을 찾아내기는 힘들다. ‘이것은 로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모호한 경우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로봇의 개념이 아직 제대로 정의돼 있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오=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은 인간 대신 여러 가지 일을 해주고, 어느 정도 자율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럴려면 현재 극복할 과제가 많다. 우선적으로 매일 매순간 작동하는 로봇 개발을 꼽을 수 있다. 휴보랩에 멈춰있는 로봇이 많다. 오류가 나면 엔지니어 대여섯 명이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데 로봇 작동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만 인간 사회에 제대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독립적·자생적으로 생존하는 로봇 기술이 더 각광받게 될 것이다. 로봇의 자율성엔 딜레마가 있다. 로봇의 자율성을 높이면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이 따르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로봇의 자율성이 합리적이지 않은 방향에서 합쳐지면 로봇은 괴물이 될 수 있다.

뒤무셸=사람들은 로봇이 자율적이길 바라면서도 완전히 자율적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완전한 자율성을 가지면 그 행동을 예측 불가능하게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리라고 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모든 걸 예측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오준호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오준호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최근 인간과 직접 교감·소통하며 인간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소셜로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지난 2004년말 발표됐던 휴보에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가진 새로운 버전의 휴머노이드 ‘알버트 휴보’를 개발한 적 있다. 걷고 악수하고, 미소도 지어 보이고 찡그리며 화를 내는 등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AI 로봇 ‘소피아’를 만든 데이빗 핸슨 핸스로보틱스 대표가 저희 연구실에 와서 아인슈타인 얼굴을 만드는 작업을 맡아 해줬다.

알버트 휴보를 통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진정 이게 로봇이냐, 페이크(Fake, 모조품)냐’. 지금의 소셜로봇을 자세히 보면 약 90% 인간을 모방한 수준에 머문다. 진정한 AI 로봇이라고 말하기엔 그 기술 수준이 현격히 낮다. 하지만 일반대중들의 호감도는 매우 높게 나타난다. 아마도 소셜로봇이 진짜 인간처럼 과장된 측면이 있기 때문일 거다.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소셜로봇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실 이시구로 히로시 박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이부키'/사진=오사카대 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실 이시구로 히로시 박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이부키'/사진=오사카대
뒤무셸=일본의 유명 로봇 공학자 이시구로 히로시 박사가 개발한 로봇들을 본적 있는가. 10살짜리 소년처럼 보이는 안드로이드 '이부키' 등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사람을 닮은 로봇들은 대중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준다.

소셜로봇은 특정 상황에서 인간들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다. 이미 일부 소셜로봇은 목적한 효과를 내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노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일본에선 노인들의 외로움 달래주는 소셜로봇이 친구와 가족을 대신하고 있다.

일본 소트프뱅크의 서비스 로봇 ‘페퍼’/사진=소프트뱅크일본 소트프뱅크의 서비스 로봇 ‘페퍼’/사진=소프트뱅크
오=그렇지만 일부에선 이런 주장을 한다, 로봇도 한낱 기계장치이므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고. 아무것도 느낀 게 없는 소셜로봇이 감정을 읽고 인간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행위라고.

뒤무셸=그렇다하더라도 로봇은 그 존재감만으로 같이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반려동물처럼 반려봇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치매노인이나 자폐아 상담과 치료에도 로봇이 쓰이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폴 뒤무셸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폴 뒤무셸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소셜로봇 개발의 핵심은 무엇인가.

뒤무셸=얼마나 자율성과 움직임을 갖추었는가, 그리고 예측 가능한가이다. 인간과 공존해 살아도 불편함이 없고 위험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로봇 친구를 만드는 일은 나와 타인,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할 때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인간의 사회성과 마음은 소셜 로봇공학이 깊이 탐구해야하는 주제다.

뒤무셸=인간의 주요한 사회적 특성을 재현하는 로봇 연구 플랫폼은 인간의 사회성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이다. 학교, 양로원, 병원 등에 소셜로봇을 투입하려면 로봇뿐 아니라 인간 파트너들에 대한 일반적이거나 특정한 사회관계의 본질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물어야 한다. 소셜 로봇 연구가 ‘우리는 누구이며,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줄지를.

사우디 정부가 공개한 아람코 쿠라이스 공격에 이용된 무기 잔해들 © 로이터=뉴스1사우디 정부가 공개한 아람코 쿠라이스 공격에 이용된 무기 잔해들 © 로이터=뉴스1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드론 공격으로 로봇에 대한 우려도 큰데.

오=사우디 석유 시설 드론 테러는 첨단 기술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용될 때 큰 재앙을 불러옴을 여실히 보여줬다. 로봇 등 첨단 기술 개발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정치적·경제적 오용과 악용이다. 엔지니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굴착기는 여럿이서 삽으로 땅을 파야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사람들은 그 시간에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뒤무셸=금융시장이나 민간항공 분야, 전쟁지역 등에선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자율형 로봇들이 활동하고 있다.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누구를 죽일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 폭파시킬 것인가 등의 결정권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적 시스템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율시스템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드론에 드는 비용은 유인 조종 전투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낮고, 전투 로봇에 드는 비용은 군대 유지비보다 적게 든다. 병사들의 죽음은 언제나 정치적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로봇은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 얼마든지 희생되어도 괜찮다. 국가 간 군비경쟁은 역사적으로 관례화돼 있다. 이제 군용 로봇이나 자율무기까지 여기에 포함됐다. 자율무기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들은 이제 약소국으로 비쳐질 정도다.

이처럼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자율무기 발달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이 내릴 결정들에 대한 도덕적 지침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로봇 윤리의 목표는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 불가피하지만, 예측 가능한 미래를 규정하고 제한하는 것이다. 자율적 군사로봇의 살인과 폭력을 윤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정교하고 엄격한 규약이 필요하다.

▷오준호=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HUBO)’를 개발, 지난 2015년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인 ‘DARPA 로봇공학챌린지(DRC)’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과학기술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 최고 훈장인 창조장과 제26회 호암 공학상을 받았다.

▷폴 뒤무셸=캐나다 퀘백 대학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에서 ‘첨단과학과 윤리’ 과정을 개설해 강연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로봇과 함께 살기’ 등의 책을 펴냈다.


▷도움=주한프랑스문화원, 희담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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