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뻔한 부동산 현장점검... 중개업소 "영업방해 말고 가세요"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19.10.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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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정부 합동 부동산 현장점검… 조사 회피에 '실효성 논란', 제재는 못해

18일 오후 국토교통부, 서울시, 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 점검반이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에 현장점검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18일 오후 국토교통부, 서울시, 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 점검반이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에 현장점검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다 가세요. 영업방해로 신고할 거예요!"

18일 오후 2시47분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단지. 마포 '대장주'인 이곳에서 정부의 올해 첫 부동산중개업소 합동 현장점검이 시작됐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구청 직원으로 구성된 5명의 점검반이 단지 내 상가의 한 공인중개소로 들이닥쳤다. 합동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취재하던 기자들은 길 건너에서 이를 지켜봤다.



유리창 너머 중개사와 단속반은 대화를 나누고 서류를 건넸다. 10여분 후 단속반이 다른 공인중개소에도 들어갔다 나왔다. 그러나 몇몇 중개소는 평일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점검반은 잠긴 문을 흔들어보더니 조사하지 못하고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문이 닫혀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소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문이 닫혀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소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일부 공인중개사는 불쾌감을 내비쳤다. 특별사법경찰로 조사권한을 가진 현장 단속반 관계자는 "중개사들이 협조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은 예사"라고 했다. 중개소 앞길에 있던 기자 무리엔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손님들 못 들어온다. 영업방해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쳤다.



정부가 점검 장소를 비밀에 부쳤지만 해당 정보는 빠르게 퍼져나가는 듯했다. 몇몇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다른 이들과 조사 등 상황을 실시간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전화로 공유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단속반은 마래푸와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총 5개 부동산중개업소를 점검했다. 단속반은 총 11명이었다. 이들은 자격증·사무소 등록증 불법 대여, 중개수수료 초과수수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여부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사항을 점검했다.

그 결과 3개 사무소(강남 2곳, 마포 1곳)에서 6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확인설명의무와 설명서 3년 보관의무 위반, 설명서 미서명 등이었다. 이들엔 등록관청이 행정처분 및 고발 등 조치를 취한다. 이 같은 합동점검은 연말까지 이뤄진다.


18일 정부 첫 부동산중개업소 합동 현장점검 대상지로 선정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18일 정부 첫 부동산중개업소 합동 현장점검 대상지로 선정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현장점검 목적은 불법·투기수요 및 시장 과열 차단이었다. 단속 총괄인 유혜령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실거래 건수가 많으면서 가격이 평균보다 급상승한 지역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역대 가장 많은 32개 기관을 참여시켜 서울 주택 실거래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실거래와 현장점검 '투트랙' 조사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마아파트 등 단지 인근 몇몇 공인중개사들은 아예 문을 닫고 전화로만 영업하고 있다. 업무를 카페에서 보기도 한다. 고의로 조사를 피해도 제재는 없다. 정부는 이들 업소에 "불시에 다시 점검하겠다"고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꼼수 부리지 않고 문을 연 공인중개소만 단속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제대로 단속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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