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유니클로에겐 날개가 있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0.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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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겨울 상품 출시·세일로 유니클로 불매 움직임 주춤,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으로 불매 재점화될까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일본정부가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100일째인 1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유니클로 본사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발표한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한국 시장 수익이 감소했다. 2019.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일본정부가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100일째인 11일 오후 서울 시내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유니클로 본사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발표한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한국 시장 수익이 감소했다. 2019.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막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산 제품을 안 쓰고, 안 먹고, 안 탔다. '혐한 논란'을 일으켰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는 주요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 퇴출됐고, 지난 9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99.9% 감소했다. 불매운동 직후부터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항공업계는 일본 수요가 급감하자 일본 노선을 앞다퉈 줄였다.

일본제품 '안 입기'도 활발했다. 일본 대표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주요 타깃이 됐다.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반감이 더욱 커졌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는 지난 7월 매출이 70% 넘게 급감했다.



그런데 최근 유니클로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후리스, 히트텍 등 유니클로의 겨울 인기 상품 판매가 시작되고 대규모 세일 행사가 진행되며 일부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목소리를 더 강력히 높이고 있다.

대규모 세일·한국 민심 달래는 유니클로 창업자…인기 상품 '후리스' 품절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지난 17일까지 온라인 스토어 10주년을 맞아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오프라인에선 한국 진출 1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렸다.



대대적인 할인이 진행되며 유니클로 대표 제품인 후리스 주요 사이즈가 동나는 등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50%의 할인율을 제공했던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 재킷'은 사이즈 대부분이 품절돼 판매 페이지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선택하신 컬러 및 사이즈의 상품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뜬다.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 재킷' 판매 페이지에는 세일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7일 30개 이상의 상품평이 등록됐다. 주로 "좋은 상품 저렴하게 샀다", "겨울에 입기 좋을 것 같다", "잘 샀다" 등의 반응이었다.
유니클로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 재킷'은 사이즈 대부분이 품절돼 온라인 스토어 판매 페이지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뜬다. /사진=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 캡처유니클로 '플러피얀 후리스 풀짚 재킷'은 사이즈 대부분이 품절돼 온라인 스토어 판매 페이지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뜬다. /사진=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 캡처
오프라인 매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에서 품절된 제품의 경우 재고가 있는 서울 지역 매장은 48개 중 1~2개에 불과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시즌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인 컬렉션, 한층 진화한 니트 등 '유니클로 U'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0)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또 숨통을 틔워줬다. 그가 한국인이 느끼는 반일 감정을 이해한다고 밝히면서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야나이 회장은 지난 9일자로 게재된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을 적대시하는 게 이상하다"면서 "일본이 한국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일본인이 열등해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쓴소리를 퍼부으며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끝물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불매운동 절정기가 지나며 유니클로는 지난 8월 롯데몰 수지점, 9월 엔터식스 안양역사점과 스타필드시티 부천점 등 3개 매장을 잇달아 오픈했다.

숨통 트이나 했더니…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
하지만 뜨뜻미지근해지는 듯했던 유니클로 불매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유니클로 광고 영상이 '위안부 조롱'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유니클로는 지난 1일 일본 공식 유튜브 채널에 '후리스 25주년 대화 30초. UNIQLO 2019 Fall/Winter (フリース25周年 Conversation 30sec. UNIQLO 2019 Fall/Winter)'라는 제목의 새로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15일부터 국내 TV 광고로도 방영되고 있다.

15초 분량의 광고는 98세의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소녀가 할머니에게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그녀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반문한다. 이는 광고 영상 하단에 자막으로 쓰여 있다.
'위안부 조롱' 논란에 휩싸인 유니클로 광고의 일본어 편에선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자막이 "옛날 일은 잊었어(昔のことは, 忘れたわ)"라는 자막으로 표기됐다./사진=유니클로 유튜브 광고 화면 캡처'위안부 조롱' 논란에 휩싸인 유니클로 광고의 일본어 편에선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자막이 "옛날 일은 잊었어(昔のことは, 忘れたわ)"라는 자막으로 표기됐다./사진=유니클로 유튜브 광고 화면 캡처
영상 속에서 언급된 80년 전인 1939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자칫 '역사 왜곡' 등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됐다.

특히 이 광고의 일본어 편에선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자막이 "옛날 일은 잊었어(昔のことは, 忘れたわ)"라는 자막으로 표기돼 '위안부 피해자 조롱'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것이 아니라,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글로벌 광고다. 실제 모델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98세의 패션 콜랙터(IRIS APFEL)와 13세 패션 디자이너(KHERIS ROGERS)를 모델로 기용했다. 둘의 나이 차이를 고려한 자막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국가나 역사적인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유니클로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전 세계 24개 국가 및 지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으로, 인종·성별·직업에 차별 없이 모두를 위한 옷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기업 방침상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니클로 측의 해명에도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 "한국 소비자들이 지치지 말고 각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유니클로를 비롯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다시 한번 독려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걸 보고도 유니클로에 갈 한국인이 있을까"라며 "우리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신다. 한 위안부 할머님은 80여년 전 위안부로 끌려갔을 때 뭘 입었는지 생생히 기억하신다고 한다. 한국인이라면 80년 전 일본이 저지른 일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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