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테러 겪은 아람코, 결국 상장 연기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0.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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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올해 12월~내년 1월로 미뤄" … 2016년 이후 '4년째 준비 중'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의 아바이크 원유 생산시설. /사진=AFP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의 아바이크 원유 생산시설. /사진=AFP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올해로 예정된 상장 계획을 또다시 연기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드론 테러로 석유 시설이 가동 중단돼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은 지 한 달여 만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아람코가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로 기업공개(IPO)를 미룰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아람코는 오는 20일 상장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우디 정부 고위 관계자는 WSJ에 "막판에 내려진 결정이었다"며 "3분기 실적 수치 등을 포함해 세부 조정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상장이 연기된 이유로 아람코 임원진이 3분기 실적을 포함한 투자 설명서를 발행한 뒤 IPO를 진행하기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3분기 매출·수익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구매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다.

급작스러운 연기 결정 이전까지만 해도 아람코는 오는 25일 IPO 투자 설명서를 발행하고,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가진 뒤 이르면 다음 달 국내 거래소인 타다울 증시에 지분 3%를 상장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아람코 이사회는 18일 만나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정부에 IPO를 진행한다는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리기로 돼 있었다.



이로써 2016년 증시 데뷔를 선언한 아람코는 또다시 상장 계획이 표류하게 됐다. 아람코 상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탈석유 경제개혁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정부가 100% 보유한 아람코 주식의 5%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해 조달한 자금으로 광산·무기·관광업 등에 투자해 석유 의존 경제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회의적 반응, 빈 살만 왕세자가 반체제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되며 받은 국제 비판 여론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 IPO는 한 차례 무산됐다. 사우디 측은 아람코의 가치를 약 2조달러(약 2360조원)으로 보지만, 지난해 시장은 1조~1조5000억달러(1180조~1770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아람코는 드론 공격으로 석유 생산 시설 두 곳이 피격당해 사우디 하루 원유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평균 570만 배럴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사우디 정부 추산대로 라면 지분 5% 상장으로 약 1000억달러(118조원) 자금이 마련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상장으로 기록된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훨씬 뛰어넘어 사상 최대 IPO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였다.


WSJ은 상장 연기 결정을 두고 "아람코나 사우디 정부가 나라의 제일 중요한 자산인 석유 기업을 글로벌 투자자의 감시하에 공개할 생각이 정말로 있는지를 의심케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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