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소기업인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이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주 52시간제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 52시간제 실태조사'를 보면 50~299인 사업장 10곳 중 4곳은 주 52시간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국회가 탄근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확대법안을 연내 처리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탄근제는 일이 몰릴 때 오래 일하는 대신 다른 날 적게 근무해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기업은 바쁜 시기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단 주당 근로시간은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64시간을 넘길 수 없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7개월 만에 열린 이날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2019.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어컨 납품업체를 예로 들면 탄근제 단위기간이 3개월인 경우 집중근로를 45일 밖에 못한다. 주문이 한창 몰릴 때 일손을 놓거나 사람을 새로 뽑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6개월로 넓어지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기존 인력으로 3개월 동안 몰아서 일을 할 수 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체를 비롯해 웬만한 기업은 단위기간 6개월 정도면 업무량 증감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근제 단위기간 6개월로는 갑작스러운 주문에 대처하기 버겁다는 반론도 있다. 주물, 도금, 금형 등 뿌리산업이 대표적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뿌리산업 업체는 대기업, 협력업체 오더에 따라 갑자기 일이 집중될 때가 있어 탄근제 단위기간이 1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조선업, 건설업 등 경기 변동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은 탄근제 단위기간 6개월이 불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울산 총파업대회'에서 노동기본권 확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무효, 노동법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9.7.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원-하청 구조가 후진적인 산업, 뿌리산업 등은 장시간 노동이 고착화된 곳"이라며 "탄근제 단위기간을 늘리기보다 생산성 향상 등 산업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관건은 탄근제 단위기간 확대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기업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다. 사각지대를 메울 대책으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가 제시된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연장근로를 12시간 이상 할 수 허용한 제도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 사항이라 국회 논의도 필요하지 않다.
이승욱 교수는 "탄근제는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있는 업종에 적합한 제도"라며 "예상하지 못한 업무량 폭주에 대응하려면 특별연장근로를 유연하게 허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도기간(처벌유예) 부여는 경영계에서 꾸준히 요구하는 사안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도 계도기간 9개월을 줬던 300인 이상 사업장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계도기간으로 중소기업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이 늦어지면 대기업에 비해 그만큼 장시간 노동을 더 하는 셈"(이승욱 교수), "검찰에 근로시간 위반 사건이 고발되면 수사를 진행해야 해 처벌이냐 처벌 유예냐를 두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박지순 교수) 등의 반론도 나온다.
기업이 탄근제를 잘 활용하려면 도입 문턱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은 탄근제 단위기간이 4개월을 초과할 경우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정하도록 했다"며 "반면 3개월 내의 탄근제는 근로시간을 일 단위로 정해야 해 업무 증가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