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주52시간' 확대 코앞, '탄력근로 보완'으로 충분할까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9.10.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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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확대]①정부·여당, 주 52시간 대응책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 등 보완책 필요

편집자주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지 1년4개월이 지났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50~299인 사업장으로 적용이 확대된다. 국회와 정부는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핵심으로 한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로는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MT리포트]'주52시간' 확대 코앞, '탄력근로 보완'으로 충분할까


# 직원이 130명인 전자부품 제조업체 A사는 원청업체가 긴급하게 발주하거나 납기일을 빡빡하게 제기하는 경우가 잦다. 주 52시간제 초과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인원 충원은 언감생심이다. 직원이 220명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B사는 올해부터 탄력근로제(이하 탄근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원청 주문에 따라 업무량이 갑자기 크게 늘 땐 현행 탄근제 단위기간 3개월론 대처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기업 10곳 중 4곳 "탄근제 준비 아직"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소기업인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 이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주 52시간제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 52시간제 실태조사'를 보면 50~299인 사업장 10곳 중 4곳은 주 52시간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국회가 탄근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확대법안을 연내 처리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탄근제는 일이 몰릴 때 오래 일하는 대신 다른 날 적게 근무해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기업은 바쁜 시기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단 주당 근로시간은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64시간을 넘길 수 없다.



탄근제 단위기간이 연장되면 대다수 기업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는 게 정부·여당 입장이다. 가령 계절을 타는 업종은 숨통을 틀 수 있게 된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7개월 만에 열린 이날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2019.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7개월 만에 열린 이날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2019.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탄근제 확대면 충분" vs "경기 민감업종은 불충분"

에어컨 납품업체를 예로 들면 탄근제 단위기간이 3개월인 경우 집중근로를 45일 밖에 못한다. 주문이 한창 몰릴 때 일손을 놓거나 사람을 새로 뽑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6개월로 넓어지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기존 인력으로 3개월 동안 몰아서 일을 할 수 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체를 비롯해 웬만한 기업은 단위기간 6개월 정도면 업무량 증감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근제 단위기간 6개월로는 갑작스러운 주문에 대처하기 버겁다는 반론도 있다. 주물, 도금, 금형 등 뿌리산업이 대표적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뿌리산업 업체는 대기업, 협력업체 오더에 따라 갑자기 일이 집중될 때가 있어 탄근제 단위기간이 1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조선업, 건설업 등 경기 변동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은 탄근제 단위기간 6개월이 불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울산 총파업대회'에서 노동기본권 확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무효, 노동법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9.7.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열린 '울산 총파업대회'에서 노동기본권 확대,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무효, 노동법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9.7.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탄근제 보완책, 특별연장근로 완화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원-하청 구조가 후진적인 산업, 뿌리산업 등은 장시간 노동이 고착화된 곳"이라며 "탄근제 단위기간을 늘리기보다 생산성 향상 등 산업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관건은 탄근제 단위기간 확대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기업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다. 사각지대를 메울 대책으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가 제시된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연장근로를 12시간 이상 할 수 허용한 제도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 사항이라 국회 논의도 필요하지 않다.

이승욱 교수는 "탄근제는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있는 업종에 적합한 제도"라며 "예상하지 못한 업무량 폭주에 대응하려면 특별연장근로를 유연하게 허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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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근제 도입 문턱도 낮춰야

계도기간(처벌유예) 부여는 경영계에서 꾸준히 요구하는 사안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도 계도기간 9개월을 줬던 300인 이상 사업장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계도기간으로 중소기업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이 늦어지면 대기업에 비해 그만큼 장시간 노동을 더 하는 셈"(이승욱 교수), "검찰에 근로시간 위반 사건이 고발되면 수사를 진행해야 해 처벌이냐 처벌 유예냐를 두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박지순 교수) 등의 반론도 나온다.

기업이 탄근제를 잘 활용하려면 도입 문턱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은 탄근제 단위기간이 4개월을 초과할 경우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정하도록 했다"며 "반면 3개월 내의 탄근제는 근로시간을 일 단위로 정해야 해 업무 증가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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