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이제 공매도 1위 아녜요" 공매도와의 싸움 1년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9.10.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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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우리 회사는 이제 공매도 1위 아녜요" 공매도와의 싸움 1년


“삼성전기는 더 이상 공매도 1위가 아닙니다.”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1위 종목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삼성전기였다. 삼성전기는 2018년 9월 초반까지만 해도 공매도 잔고 비중이 0%대에 불과했지만 돌연 공매도의 집중 타깃으로 부상하면서 단숨에 공매도가 15배나 급증해 같은 해 10월 23일에 공매도 1위에 올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매각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아진 가격으로 매입해서 빌린 주식을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클수록 차익이 커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몰리고 되고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과거 삼성전기 (148,700원 ▼1,200 -0.80%)는 공매도와 거리가 먼 회사였다. 지난해 9월 이후 공매도가 급증하기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잔고 비중이 0%대에 머물렀던 회사다. 이는 주가 급락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공매도 세력이 노리는 목표물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삼성전기가 공매도의 공격 목표 1호가 된 것이다. 0%대에 머물던 공매도 잔고는 한 달 새 15배가 폭증했고 결국 10월 23일 9.92%까지 늘어나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1위 회사가 됐다. 이 기간에 하루에 무려 1000억원이 넘는 공매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공매도 공격은 계속 이어져 2개월 후인 12월 중순 무렵엔 공매도 잔고가 처음으로 1000만주를 넘어섰다. 전체 발행주식수의 13%가 넘는 분량이다.

그리고 올해 2월 중순 이후엔 일일 공매도 잔고가 1000만주를 본격적으로 넘기 시작했고 5월 10일부터 약 3달 동안 매일 공매도 잔고 1000만주 이상을 유지했다. 공매도 잔고는 6월 26일 최고 1140만주, 15.26%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초 대비 무려 23배나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기 주가는 공매도의 집중 공격이 쏟아지는 동안 폭락을 면치 못하고 반토막이 됐다. 2018년 7월 23일 16만3000원(종가)이었던 주가는 올해 8월 26일 8만4600원(종가)까지 48%나 떨어졌다. 그렇게 삼성전기는 공매도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공매도의 승리는 거기까지였다. 삼성전기 주가는 8월 말부터 회복하기 시작했고 주가 하락을 노리는 공매도는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8월 13일부터 공매도 잔고는 1000만주 아래로 내려왔고 10월 들어선 900만주도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15일 공매도 잔고는 800만581주까지 떨어져 800만주 선도 곧 무너질 기세다.

그러면서 10월 11일 공매도 잔고 비중이 10.79%로 낮아졌고 마침내 코스피 공매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코스피 공매도 1위에 올라선 지 거의 1년 만이다. 10월 15일엔 공매도 잔고 비중이 10.71%까지 더 내려갔다.

최근 두 달간 삼성전기의 공매도 잔고가 줄어든 배경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있다. 외국인은 9월에만 삼성전기를 2132억원 순매수해 외국인 순매수 3위에 올렸고, 10월 들어선 17일까지 총 2731억원을 더 사들이며 순매수를 이어갔다. 삼성전기는 17일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0월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6일부터 14거래일 연속 기록적인 순매수 행진을 펼치고 있다.

기관은 9월 한 달 동안 삼성전기를 987억원 순매수해 기관 순매수 상위 6위로 끌어올렸고 10월 들어 17일까지 219억원을 더 사들였다.

현재 삼성전기 (148,700원 ▼1,200 -0.80%)의 공매도와의 싸움은 1년 이상 진행 중이다. 공매도 잔고는 1년 전 수준까지 줄었지만 주가는 아직도 그때 수준을 회복되지 못하고 10~20%가량 낮다. 따라서 아직 공매도가 항복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공매도 세력을 완전히 떠나게 만들려면 결국 실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때마침 글로벌 IT 업황 개선 조짐이 보이면서 삼성전기의 주력제품인 MLCC(적층세라믹캐파시터) 재고 물량이 정상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한 스마트폰 신제품, 5G, 도쿄 올림픽 특수를 타고 내년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비중확대를 권고하는 투자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호재가 실현되면 공매도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마침내 항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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