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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남편 아이들 6년 키웠는데, 재산 못 준대요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2019.10.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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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조혜정의 가정삼당소]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Q)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하게 되는 경우의 재산분할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재혼해서 이혼하게 된 경우에 재산분할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써 놓은 글을 찾기가 어렵네요.





10년 전쯤 저는 재혼을 하게 됐습니다. 초혼의 남편이 생활력이 없어서 이혼했는데 새로 만난 사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고 아이들도 세심하게 보살피며 지출도 규모있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안정적으로 잘 살 수 있겠다 싶어서 고민 끝에 재혼을 결심했습니다.

재혼을 결심하고 난 후 그 사람이 제 생각보다 훨씬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부모님으로 물려받은 건물이 있고 결혼 후 60평 넘는 아파트로 이사하자고 하더라고요. 부자라는 사실이 한 편 반가우면서도 걱정도 됐습니다. 경제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이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이 자기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결국 혼인신고를 하고 살림을 합쳤습니다.

그런데, 혼인신고 무렵 시어머니가 저한테 이혼하게 될 경우 위자료 등 재산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재산 때문에 결혼하는 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당혹스럽긴 했지만 저는 재혼에서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그 사람 재산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서명을 했습니다.

재혼 후 시어머니와 남편의 아이 둘과 같이 살았는데 결혼 후 곧 그 집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검소함이 지나쳐 지독한 자린고비였습니다. 저도 어렵게 살아서 제 자신이 검소하다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시어머니는 보통 사람들의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밤에 전기불 켜는 것, 겨울에 보일러 트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했습니다. 절약하는 습관이야 좋다 하더라도 문제는 저한테 턱도 없는 생활비를 주면서 그 안에서 5인 가족 생활비를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제게 월 100만원을 생활비로 주면서 60평 아파트의 관리비, 공과금, 식비, 아이들 학원비까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모자란 돈은 제가 벌어서 충당하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적다고 해도 나머진 제가 벌어서 해결하라고 하면서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싸우기 싫어서 제가 프리랜서로 일해서 버는 수입 월 200만원 이상을 모두 생활비로 썼습니다. 그렇게 제가 일해서 버는 수입 전부를 생활비로 쓰면서 남편 아이들 둘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6년을 살았습니다. 참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자기 아이들을 키워주고 있는데도 남편은 제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이를 만나는 것조차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남편의 이런 이기적인 면에 지친 저는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어 4년 전쯤 빈 손으로 집을 나왔습니다. 남편에게 이혼하자 말하고 다투기가 싫어서 그냥 내버려뒀는데 남편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니 저도 어차피 같이 살 수 없는 거, 서류정리를 하는 게 맞겠다 싶어 한 달 쯤 전 남편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습니다. 남편은 이혼에는 찬성이지만 재산은 줄 수 없답니다. 자기 덕분에 넓은 집에서 편하게 살았는데 돈까지 받겠다니 염치없대요. 자기 재산은 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것이고, 제가 들어가서 새로 늘어난 재산이 없기 때문에 이혼할 때 재산분할 대상이 안된답니다. 그리고, 제가 이혼시 재산청구 안 한다는 합의서를 썼기 때문에 재산받을 권리가 없다네요.

저는 돈 벌면서 살림까지 하느라 힘들었는데 남편은 넓은 집에서 편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배신감 느껴집니다. 아무리 각서를 썼어도 그렇지 6년간 돈 벌어서 생활비 내고 아이들 키우면서 시어머니까지 모셨는데 어떻게 빈 손으로 나가라 하는지 너무 기가 막힙니다. 지금 남편은 부모님이 주신 아파트와 건물 합쳐 70억 정도의 재산가이고 저는 전 재산이 3천만원밖에 안됩니다. 저는 남편 말대로 재산분할을 받을 권리가 없는 건가요? 돈을 바라고 결혼한 건 아니지만 고생한 대가는 받고 싶습니다.

A) 이야기를 듣는 저도 기가 막히네요. 시어머니 모시고 남편 아이들 둘 키워주면서 틈틈이 일해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생활, 정말 힘드셨겠어요. 60평 아파트에 사는 안주인이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생각조차 못했겠지요. 그리 힘들게 살았는데 빈 손으로 나가라니 그건 너무 한 거죠.

재혼이 늘어나면서 재혼 후 다시 이혼하게 될 경우 재산분할을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소송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제가 상담을 해보면 재산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재혼을 하는 경우 재혼 전 형성한 재산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의 대상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남편이 10억짜리 집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재혼해서 5년 살았는데 재혼기간 중 새로 늘어난 재산은 없는 경우, 그 남편은 재혼 중에 증가재산이 없으니 재산분할을 해줄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곤 하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재혼부부의 재산분할 사건을 다뤄본 경험에 의하면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재혼부부의 경우에도 대체로 취득 시기가 재혼 전이냐 후냐를 따지지 않고 이혼 당시를 기준으로 양 당사자 소유 재산 전체를 놓고 분할비율을 정하거든요.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해도 선생님이 결혼기간 중 가사를 하고 생활비를 보탠 공이 있으니 재산의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이 되고요.

선생님의 경우 이혼을 하는 현재 기준 남편 재산 70억과 선생님 재산 3천만원을 합친 70억 3천만원 전체에서 분할비율을 정하게 될 거예요. 만약, 법원이 선생님의 분할비율을 10%만 인정해도 7억 300만원인데 선생님이 현재 3천만원을 갖고 있으니 추가로 6억 7300만원을 분할받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 분할비율이 재혼기간, 재산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재산의 규모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서 상당히 많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점은 재혼기간 중 증가재산이 없다거나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해서 재산분할 자체가 안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내 재산과 돈으로 살았고 넌 돈 댄 거 없으니 빈 손으로 나가라는 사고방식에 가정법원은 절대 찬성하지 않습니다. 결혼은 공동투자계약이 아니고 어른이 되면 애정은 절대 공짜가 아니거든요. 한 집에서 살면서 같이 먹고 자고 일하고 감정과 생각을 나누면서 살아주는 거, 아무나 해주나요? 이런 귀중한 걸 공짜로 받으려 하면 안되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결혼기간 중 같이 살아주는 대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가 이혼할 때 한꺼번에 정산해주게 된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그리고, 이혼할 때 재산요구 안 한다는 합의서를 썼다고 해서 재산분할을 못 받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우리 법원은 결혼 전에 미리 이혼시를 예상해서 재산분할청구를 포기한다는 약속을 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고 있거든요. 이런 법원의 태도가 앞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어쨌든 현재까지는 무효라고 보니 선생님이 써준 합의서가 재산분할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답니다.


결론적으로 남편 얘기에 지레 겁먹고 재산분할청구를 포기하실 필요 없어요. 6년간의 수고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시는 것 선생님의 당연한 권리예요. 남편의 태도를 봐서는 좋은 말로 해서 합의에 이르기는 불가능한 것 같네요. 즉시 이혼과 재산분할청구를 하시길 권합니다.

조혜정 변호사조혜정 변호사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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