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4구역 내에 조성될 예정인 가칭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 부지. 부지 내부 건물은 대부분 노후화됐으며 일부 건물은 과거 성매매 업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단지(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앞에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가칭) 조성을 추진 중이다. ‘청량리 620’이란 명칭은 청량리에 현재 실제 지번인 전농동 620번지를 합쳐 만들었다.
단지 바로 앞에 있는 청량리620 역사문화공간 예정부지는 면적 3160㎡ 규모로 과거 병원 기숙사, 쪽방, 여인숙, 성매매 업소로 활용된 콘트리트 건물 3채와 목조 건물 11채가 남아있다. 서울시는 일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비슷한 분위기의 건물을 새로 한 채 더 만들 계획이다.
청량리4구역 내 과거 건물활용 배치도. 청량이620 역사생활문화공간 조성 예정지에도 과거 성매매업소로 활용된 건물이 있다. /사진제공=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추진위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있는 일부 건물은 과거 성매매업소로 활용됐다”며 “굳이 이런 시설까지 보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곳은 공원을 만들기 위해 조합이 기부채납한 땅인데 건물을 존치할 경우 주변 도로 폭이 12m에서 8m로 줄어 일대 교통불편을 초래하고 도로와 인도가 혼용돼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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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는 당초 계획대로 해당 부지에 공원녹지를 만들고 도로 폭도 12m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서울시는 청량리620 역사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밀어붙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있는 건물은 숙박 용도이지 성매매 업소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지 집창촌 보존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목조 건물은 노후화로 붕괴 위험이 높아 리모델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보존’이란 정책 목표에 치중해 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할 동대문구청도 "본래 목적인 녹지활용이 맞다"며 대책위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 보존 구역 내 건물 내부 모습.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차있고 악취도 심한 상태다. /사진=유엄식 기자
서울시가 이처럼 역사공간 및 생활유산 보존을 이유로 재개발 조합과 대립하는 일은 빈번하다. 올해 초 사업시행계획을 완료한 중구 세운3구역 재개발을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 보존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했고, 역사·문화가치 보전을 이유로 2017년 정비구역을 직권 해제한 종로 사직2구역도 올해 4월 대법원 무효판결에도 불구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사업 추진을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