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관 넘어 수도관까지 관리하는 'O2O 홈케어'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9.10.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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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열전]김중희 원봉 대표 "조부 가르침대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기업이 목표"

김중희 원봉 대표이사./사진=지영호 기자김중희 원봉 대표이사./사진=지영호 기자


"정수기 렌탈에서 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홈케어 분야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를 본격화하겠습니다."

정수기·공기청정기 브랜드 '루헨스'로 잘 알려진 원봉의 김중희 대표이사(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홈케어 시장은 지난해 기준 7조원으로 추산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루헨스 케어링'이라는 이름으로 런칭한 원봉의 홈케어서비스는 정수기 내부를 관리하는 다른 렌탈기업과 달리 수도관까지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도관이 노후해 이물질이 나오는 것에 착안해 수도관까지 관리 영역을 넓힌 것이다. 자체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장비와 친환경 세척제로 관리해준다.



관리 대상은 이외에도 많다.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비데 등 가전제품부터 매트리스 살균 등 관리가 필요한 상품이 모두 범주에 든다. 욕실, 주방, 펫 공간, 보일러 배관, 후드, 덕트 등도 관리 대상이다.

고객과 직원과의 매칭은 플랫폼 기반의 O2O 방식을 선택했다. 고객이 손쉽게 모바일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신청하고, 선호하는 케어 전문가를 매칭하도록 만들었다. 케어 전문가는 6주간의 교육을 수료해야만 현장에 배치된다.



김 대표는 "서비스를 자신하기 전까지 직영조직을 늘리지 않겠다"면서도 "내년 초 조직 개편과 더불어 전국 서비스로 확대하는 홈케어서비스 통합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김 대표에게 홈케어서비스 론칭은 그의 경영능력을 증명할 첫번째 도전이다. 그는 서울대·카이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에 재직하다 2007년 아버지인 김영돈 회장의 부름을 받고 원봉에 합류했다. 전사자원관리(ERP) 도입과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1991년 설립한 원봉은 배달용 식수를 꽂아서 쓰는 냉온수기로 성장한 회사다. 이후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제습기, 필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원봉이 제작한 제품을 가져다 판다. 모든 제품은 김포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1020억원으로 이중 70%가 해외수출이다. 수출 관련 9번의 수상 경험이 있다.


'둥근 봉우리'라는 뜻의 사명 원봉(圓峯)은 김 대표의 조부인 김호진 전 동국대 국문과 교수의 호(號)에서 따왔다. 창업주인 김영돈 회장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기업 경영할 때 잊지 않기 위해 사명으로 썼다고 한다.

김 대표는 "IMF 외환위기로 주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하청기업과의 어음거래를 없애고 모두 현금결제만 했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대금지연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직과 신뢰'를 강조해 온 기업 풍토는 깐깐한 일본기업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기도 했다. 김 대표가 경영기획실장이던 2013년, 원봉의 냉온수기를 수입하던 일본기업 기린은 '물 맛이 떫다'는 소비자의 불만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3개월을 매달려 부품을 분해 테스트하고 배관과 실리콘을 4시간씩 3번을 삶아 재조립했다. 대체 가능한 고무재질이나 포장박스를 교체했다.

이런 조치가 이뤄지자 기린은 "원봉은 대단한 기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철저한 사후관리로 원봉은 거래처를 통해 관련 제품 수출을 30% 늘리게 됐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정직하게 사업하는 것이 목표"라며 "홈케어서비스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최선을 다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중희 원봉 대표이사./사진=지영호 기자김중희 원봉 대표이사./사진=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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