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R HMD '데이드림 뷰' 착용한 모습 /사진=구글
◇구글 VR 사업 철수…AR은 유지=구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VR 콘텐츠 플랫폼 사업인 ‘데이드림’ 사업 중단을 공식화했다.
사실 구글이 데이드림 사업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구글은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 ‘픽셀3’를 마지막으로 데이드림 인증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올해 3월에는 VR 콘텐츠를 개발하는 영상 스튜디오 ‘스포트라이트 스토리’의 문을 닫았다. 5월에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 2019’에서도 AI(인공지능)와 AR(증강현실)에 대해서는 언급했을 뿐 VR에 대해서는 어떤 청사진도 내놓지 않았다.
HTC 바이브 프로
때마침 삼성 ‘VR 기어’,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등과 같은 소비자용 VR 기기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VR 시장이 황금알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국내도 예외는 아녔다. 대대적인 ‘VR 붐’ 속에 국내 일부 언론들이 관련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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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VR 콘텐츠는 점점 대중에게도 멀어졌다. 스마트폰을 눈앞에 끼고 VR 콘텐츠를 보는 형태는 화질도 떨어지지만, 불편했다. 인체 유해성에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실제로 단시간 사용에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전용 HMD기기는 화질은 좋지만 가격이 턱없이 비쌌다. 이렇다 할 콘텐츠도 없었다. VR 테마파크나 의료, 건설, 게임 등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콘텐츠 양식으로 대중 시장으로 발전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구글이 3년 만에 VR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도 그래서다. 대중 사업 아이템으로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당초 하드웨어와 플랫폼까지 갖춰 전 세계 VR 콘텐츠를 유통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가 없고 사용자가 계속 줄면서 플랫폼 확산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구글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HMD에 넣어 사용하면 다른 앱을 사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겪는다"며 "기대만큼 데이드림 플랫폼이 확산하지 못했고, 이용 시간도 점차 줄어갔다"고 프로젝트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구글 데이드림 화면
업계 전문가들은 VR가 과거 3D TV 산업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3D 콘텐츠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고 앞다퉈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 TV 기능 저하(밝기문제), 콘텐츠 부족 등으로 결국 시장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3D 산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화관이나 테마파크 등에서는 3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VR 시장도 틈새시장 아이템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VR가 AR와 마찬가지로 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대중적인 콘텐츠 시장으로 발전할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론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구글의 데이드림 사업 철수가 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