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행 점점 더 안가…'무급휴직' 신청받는 여행사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10.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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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방일 한국인 관광객 58.1% 감소, 매달 감소폭 커져…하나투어·모두투어 무급휴직 등 조치 나서

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여행 보이콧'의 열기가 시간이 흐르며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날이 갈 수록 일본을 찾는 우리 국민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모양새다. 'NO 일본'으로 고객 유치에 애를 먹는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의 하반기 실적쇼크가 가시화하며 구조조정 그림자까지 드리운다.

17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9월 방일 외국인 여행객 통계(추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0만1천2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8.1% 감소했다. 불매운동이 시작한 7월 전년 대비 7.6% 줄었고 8월에는 48% 감소로 반토막 나더니 9월 감소폭은 더욱 커진 것이다. 지난달 추석 연휴로 여행수요가 높았고, 일본은 접근성이 높아 짧은 휴가 동안 다녀오기 좋은 인기 여행지로 손꼽힌다는 점이 무색할 만큼 맥을 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업계 앞날도 캄캄하다. 일본노선 모객이 곤두박질치며 덩달아 실적도 고꾸라지고 있어서다.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업계 양대산맥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8월 일본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7%, 83% 급감했고, 9월에도 75.4%, 90.8% 줄었다. 사실상 일본 노선의 신규예약이 뚝 끊긴 수준이다. 일본노선이 전체 여행상품에서 30~35%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업계에선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3분기 실적쇼크를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미 2분기 1억92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낸 모두투어의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가늠된다. 하나투어 역시 실적 효자노릇을 하던 하나투어재팬이 이번 'NO 일본'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3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증권은 하나투어가 이번 분기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日 여행 점점 더 안가…'무급휴직' 신청받는 여행사들
문제는 뚜렷한 하반기 반등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매월 일본 여행객 감소폭이 커지며 일본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산산조각났다. 게다가 일본의 접근성, 관광성격이 비슷해 대체 노선으로 꼽히는 홍콩까지 수 개월째 이어진 집회가 대규모 '반(反)중 시위'로 격화하며 여행심리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나마 동남아 지역이 약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일본 노선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 구조조정 우려까지 나온다. 최근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대거 통폐합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선 모두투어는 곧바로 1~6개월의 무급휴직 신청을 시작했다.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처음이다. 지난 7일부터는 40세 이상 무직책자 대상 희망퇴직 접수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최근 여행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나타낸다.

하나투어 역시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 2단계를 선언한 이후 최근 안식년 대상 기준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3년 이상 재직자에서 만 1년 이상 재직자까지 1개월에서 1년까지 안식년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무급휴직과 다름 없는 조치라는 평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홍콩과 경기불황 등 다른 악재까지 겹쳐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이라며 "구조조정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 1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허리띠를 졸라 매는 만큼, 다른 중소형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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