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김밥 먹어도 괜찮을까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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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박기자]외부음식 반입 가능한 영화관, 음식 냄새·소리에 불편한 관객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근 후 영화관을 찾은 직장인 A씨. 어디선가 풍겨오는 '불쾌한 냄새'에 신경이 곤두섰다. 주위를 둘러보니 뒷자리 관객 2명이 순대를 먹고 있었다. 한두 개 먹다 말겠지 싶었지만 순대 냄새가 계속 코를 찔렀다. 참다못한 A씨는 "냄새가 너무 심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저녁을 안 먹어서 그렇다"며 남은 순대를 다 먹었다.

"영화관에서 김밥 먹어도 괜찮을까요?"
영화관에서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관객들은 팝콘부터 오징어, 햄버거, 떡볶이 등 음식을 가져와 먹는다. 영화관에서 먹는 음식이 다양해지면서 일부 관객들은 음식 냄새와 소음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관객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관 간식들이 다른 이들의 코와 귀를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CGV, 롯데시네마 등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에 따르면 국내 영화관들은 외부 음식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영화관 내 외부 음식물 반입 제한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판단하면서다. 이에 따라 매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물론 관객 개인이 가져온 음식들도 영화관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된 후 관객들은 김밥, 만두, 치킨, 햄버거 등 여러 음식을 들고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다. 영화관 내 매점에서도 핫도그, 떡볶이, 튀김, 맥주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갖가지 음식들이 영화관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 박모씨(23)는 "저녁 식사 시간에 상영하는 영화를 볼 때 식사 대용 음식을 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해 보이는 음식도 꽤 냄새가 심하다. 비위가 상할 때도 있다. 먹다가 흘리는 경우도 있어 위생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대학원생 정모씨(28)는 "바스락대는 과자 봉지 소리 때문에 영화에 집중을 못 했던 적이 여럿 있다"며 "영화관 방문의 주된 목적은 영화 관람이지 식사가 아니지 않냐.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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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외부 음식 반입은 허용하되 금지 품목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직장인 박재우씨(28)는 "다른 관객들의 영화 관람에 방해되는 음식은 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솔직히 음료수 정도만 갖고 들어올 수 있었으면 한다. '노 푸드'(No food)관이 있으면 거기만 갈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영화관 내 음식 섭취는 개인의 자유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직장인 이동환씨(33)는 "버터구이 오징어, 나초 등 영화관 매점에서 파는 메뉴들도 냄새가 심하고 소리가 나는데, 다른 외부 음식을 제한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멀티플렉스에선 '타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음식물'의 반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명확한 세부 규정은 없다. CGV는 강한 냄새로 인해 영화 관람 시 다른 고객에게 방해되는 품목(족발, 순대 등)에 한해 취식 후 입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불쾌감을 주거나 관람에 방해가 되는 음식의 경우 반입을 제한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냄새, 불쾌감 등은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사실상 음식물 반입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게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불쾌감을 느끼는 고객이 있는 반면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을 즐기고, 매점에서 더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길 원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며 "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재할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냄새가 강한 음식들을 영화관에 입장하기 전 섭취하는 등 관객 스스로 영화 관람 에티켓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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