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페북 '리브라'… 中, 가상통화 앞서가나

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2019.10.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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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다음달 11일 광군제 목표로 '디지털 화폐' 발행 추진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로고 /사진=로이터페이스북의 가상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로고 /사진=로이터


페이스북의 가상통화 프로젝트 ‘리브라’가 주요 파트너사들의 이탈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중국이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미국 CN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브라를 관장·운용할 기업들의 연합체인 ‘리브라 협회’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출범했지만, 당초 합류가 예정됐던 28개 기업 중 21개 업체만 참여하면서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달 초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을 시작으로 카드사 비자와 마스터카드,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 등이 잇달아 탈퇴하면서 리브라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결제망 보유 업체는 페이유(PayU) 하나만 남게 됐다. 회원사들의 이탈 배경에는 리브라가 미국·유럽 규제 당국의 국제 통화질서 혼란 등 우려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다.

미 전문가들은 리브라가 어려움을 겪는 사이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가상통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민은행이 추진하는 CBDC는 리브라와 달리 중앙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중앙집중형’ 디지털 화폐로, 위조화폐나 자금 세탁 등의 우려가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민은행은 다음달 11일 광군제(光棍節)에 맞춰 CBDC 발행을 할 계획이다. 중국 CBDC는 위안화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달러 패권’을 견제하고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암호화폐에 대해 놀랍도록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며 “중국은 그간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다른 통화를 만들어 전파하고 싶어 한다”고 CNBC에 말했다.

RBC캐피탈마켓의 마크 마하니, 재커리 슈와츠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CBDC가 “알리페이, 위챗, 유니온페이 등의 메신저 및 결제앱을 통해 신흥시장에서는 사실상 글로벌 디지털 화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암호화폐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내에서는 페이스북을 규제하느라 디지털 화폐 개발 기회마저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서치기업 모펫네이선슨의 리사 엘리스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주도한다는 점에 규제당국의 정신이 팔려있지만, 디지털 화폐를 개발해기 위한 혁신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힌편, CNBC는 암호화폐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긴장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껏 미중이 무역과 금융 분야의 전쟁은 물론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다툼까지 벌여왔는데 여기에 암호화폐를 둘러싼 경쟁이 추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8월 미 재무부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양국 간 통화전쟁은 이미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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