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성희롱·가짜뉴스… 진흙탕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10.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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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알릴레오 4회, 기자 성희롱 논란 발언으로 입길… 앞서 KBS, 검찰 등과 진실공방 벌이며 '가짜뉴스 논란' 빚어진 바 있어

유시민의 알릴레오유시민의 알릴레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이번에는 '기자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알릴레오는 검찰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기성 미디어 KBS와 대립해 가짜뉴스 논란을 일으키는 등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15일 오후 6시부터 생방송된 알릴레오 4회는 '기자 성희롱 논란'을 야기하는 발언이 담겼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회차에는 유 이사장과 개그맨 황현희씨가 공동 MC를 맡아 진행했고 장 모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장 기자는 검찰과 언론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KBS 법조팀 여성 기자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A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내용을) 술술 흘렸다"고 말했다. 이에 황씨가 '검사와 기자의 관계로'라고 하자 "그럴 수도 있고, 검사는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는지 모르겠다"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했다.

알릴레오 4회 /사진=유튜브 캡처알릴레오 4회 /사진=유튜브 캡처


유 이사장은 방송 말미에 "(해당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을 것 같다"며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서 (그랬다)"며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리겠다"고 사과했다.

알릴레오 제작진 측은 방송이 끝난 후 문제의 발언을 삭제하고 영상을 재등록한 뒤 사과글을 게시했다. 알릴레오 제작진은 "검찰과 언론과의 관계를 설명하던 중 출연자들의 적절치 않은 발언 일부가 그대로 생중계됐다"며 "출연자 모두는 발언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방송 중 깊은 사과 말씀을 드렸다. 먼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혹감을 느꼈을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기자협회는 16일 알릴레오에서 발생한 성희롱 발언을 비판하며 유 이사장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협회는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유 이사장은 본인의 이름을 건 방송의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 "발언 당사자는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성 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고,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가 스며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마지막으로 지식인으로서 유 이사장의 상식과 양심이 남아있는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또 알릴레오 논란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알릴레오는 KBS와 진실공방을 벌이고 검찰과 다투면서 '팩트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8일 저녁 6시에 방송된 '알릴레오'에서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 인터뷰 녹취를 공개하며 KBS가 김 차장을 인터뷰했으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보도하고 해당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KBS 법조팀과 검찰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유착 의혹이 담긴 발언이다. 그러자 KBS는 인터뷰한 내용을 두 개의 기사에 담아 그대로 전했으며 검찰에 사실관계차 재확인을 했을 뿐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유 이사장은 이 방송에서 "김 차장이 KBS 법조팀장이랑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는 나오지도 않았고, 직후에 조사받으러 (검사실에) 들어갔다가 검사 컴퓨터 화면을 우연히 봤는데 'KBS랑 인터뷰 했다던데 털어봐',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왔다던데 털어봐' 이런 내용이 실시간으로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공영방송인 KBS 법조팀장이 중요한 증인 인터뷰를 하고 기사도 안 내보내고 검찰에 내용을 실시간으로 흘리는 게 가능하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BS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이 끝난 뒤 유 이사장의 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터뷰 직후 김 차장의 주장 중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검찰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적은 있지만 검찰에 인터뷰를 전달한 적이 없으며, 인터뷰 내용은 바로 다음날인 9월11일 '9시 뉴스'에 2꼭지(기사 2개)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후 유 이사장은 9일 오전 "KBS는 그냥 검찰발 기사에 김 차장의 음성 변조된 발언을 원래 맥락에서 잘라서 (사용해), 원래 이야기한 취지와는 정반대로 보도를 하는 데 이용했다"며 "인터뷰한 당사자가 어떻게 자기 인터뷰 기사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팩트 취재 확인을 왜 검찰에 확인하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알릴레오 방송의 내용에 강한 유감을 표현했다. 정상적인 수사 진행에 방해가 발생할 정도로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KBS, 검찰과의 진실공방이 장기화되면서 알릴레오는 결국 '가짜뉴스' 논란을 맞닥뜨렸다. 알릴레오는 유 이사장과 김 차장과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논란을 타개해보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유 이사장이 자충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기성언론을 비판하며 팩트체커 역할을 자처하면서 알릴레오를 시작했지만, 본인이 가짜뉴스 논란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방송을 시작하며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가 정책과 이슈들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깝깝하다"며 "반지성주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의 보도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런 것을 일주일에 한번씩은 정리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알릴레오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두 달만에 유튜브 정치채널 1위에 올랐다.

한편, 유 이사장은 16일 오후 '알릴레오 기자 성희롱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했어야했다"며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자분과 KBS기자협회,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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