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니 CEPA 실질 타결…수출품 93% 무관세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10.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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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국가 양자 협상 첫 결실…높은 수준 시장 개방 통해 일본 기업과 경쟁서 유리한 조건 확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6.29/사진=뉴스1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6.29/사진=뉴스1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을 타결했다. 철강제품, 자동차부품 등 대(對)인도네시아로 수출품목 93%에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인도네시아와 교역에는 한·ASEAN(아세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 FTA가 적용됐지만 시장개방을 확대한 양자 무역협정을 새롭게 타결하면서 교역 활성화가 기대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엥가르띠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땅그랑에서 한-인도네시아 CEPA 협상을 실질 타결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선언문 서명식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임석했다.

CEPA는 시장 개방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에도 무게를 두는 협정으로, 실제 내용은 자유무역협정(FTA)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은 이미 인도네시아가 포함된 아세안 10개국과 2007년 한-아세안 FTA를 체결했다. 이후 2012년 3월부터 양국간 CEPA 협상을 개시했지만 2014년 2월 제7차 협상을 끝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양국 정상 만남을 계기로 논의를 재개했다. 올해 2월 협상 재개에 합의한 양국은 수 차례 협상 끝에 지난주 제10차 협상에서 실질타결에 합의했다.

한-인니 CEPA는 신남방 한국 주력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성장잠재력이 큰 서비스시장 문호를 여는 데 중점을 뒀다.

인도네시아와의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200억달러로, 교역규모는 베트남에 이어 아세안 국가 중 두번째로 크다. 자원이 풍부하고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앞서 인도네시아와 양자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비교해 시장 개방 수준을 더 높인 만큼 일본 기업과의 경쟁구도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시장에서 인도네시아는 수입품목 93.0%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한-아세안 FTA를 적용했을 때 80.1%보다 시장개방 수준을 넓혔다.

△열연강판(5%) △냉연강판(5-15%) △도금강판(5-15%) △합성수지(5%) △자동차 및 부품(5%) 등 주력 수출 품목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자동차 강판 용도로 쓰이는 철강제품(냉연·도금·열연),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등 주요 품목은 발효 즉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은 수입품목 중 95.5%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민감성이 높은 주요 농수임산물은 양허제외 등으로 보호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0차 한-인도네시아 CEPA 협상에서 이만 팜바교(Iman Pambagyo) 인도네시아 무역부 총국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양국은 대외 무역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수출여건도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조속한 성과 도출을 목표로 상품, 서비스, 투자, 원산지, 협력 및 총칙의 6개 분야별 협상을 진행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10.9/사진=뉴스1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0차 한-인도네시아 CEPA 협상에서 이만 팜바교(Iman Pambagyo) 인도네시아 무역부 총국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양국은 대외 무역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수출여건도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조속한 성과 도출을 목표로 상품, 서비스, 투자, 원산지, 협력 및 총칙의 6개 분야별 협상을 진행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10.9/사진=뉴스1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겪는 비관세장벽 조치를 완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복잡한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단순화하는 등 규범과 원산지 분야도 기업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했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한-아세안 FTA 대비 개방수준을 대폭 확대했다. 온라인게임, 도‧소매 유통, 건설 서비스 등 국내 업계 주요 관심 분야를 새로 개방했다. 미래 첨단산업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과학기술‧SW‧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급 전문인력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투자 분야에선 양국간 투자 촉진을 위해 최혜국 대우 부여, 기술이전 요건 강제부과 금지 등 우리 투자자의 인도네시아 진출시 보호 수준을 높였다. 외국인 투자 지분제한율 등도 개선하기로 해 한국 기업의 영업 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아울러 양국은 협력공동위 수립, 협력과제 추진을 위한 이행약정 작성 등 협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 자동차‧문화컨텐츠‧인프라‧보건 등 세부 분야에서 교역‧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인도네시아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 인력과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양국은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한 뒤 연내 최종타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협정문 법률 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한다. 영향평가, 국회 비준동의 등 국내 절차가 끝나면 협정이 발효된다.

유 본부장은 "인도네시아는 이미 신남방 최대이며 앞으로도 더욱 성장이 예견되는 시장"이라며 "CEPA를 통해 경쟁국 대비 어려웠던 수출 여건을 대폭 개선한 만큼 신남방 핵심국가로 교역을 다변화하고 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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