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맡은 딜로이트안진…'독이 든 성배' 평가, 왜?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19.10.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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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도 시간도 부족…신(新)외감법 불러온 장본인 감사 자격 논란도…안진 "감사품질 제고에 피나는 노력"

서울 여의도 IFC 딜로이트안진 본사 전경 / 사진=머니투데이서울 여의도 IFC 딜로이트안진 본사 전경 / 사진=머니투데이


딜로이트안진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감사인으로 사전 지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과거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로 큰 위기를 맞았던 딜로이트안진이 대한민국 최대 기업이자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게 된 것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회계업계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새 감사인으로 사전지정 통보를 받은 안진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독이 든 성배'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회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이하 주기적 지정제) 시행에 따라 삼성전자를 새 고객으로 맞은 안진이 이번 제도변화의 최대수혜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300개에 가까운 자회사들과 방대한 회계구조를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안진이 삼성전자 회계부서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시 말해, 40년 넘게 삼성전자를 감사해온 삼일PwC의 노하우와 삼성전자에 정통한 감사인력 부족 등이 안진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감사인인 삼일은 2018회계연도 삼성전자 분·반기 검토 및 감사에 담당이사 1명, 공인회계사 37명, 수습회계사 24명, 품질관리 검토자 11명, 전산 감사·세무·가치평가 전문가 53명 등 총 126명을 투입했다. 감사 총 소요시간도 5만401시간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곧장 내년도 분기 감사를 실시해야 할 안진이 감사시간, 투입인력을 직전보다 최소 1.5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단순히 회계사의 '양'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52개의 종속기업과 45개의 관계기업이 엮여있다. 복잡한 기업구조를 연결해 감사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논리체계가 구축돼야 하는데 개별기업들의 상황과 노하우 전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주기적 지정제 등 신(新)외감법의 제정배경이 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중심이었던 안진이 '삼성전자를 감사할 능력이 있느냐'를 넘어 '삼성전자를 감사해도 되느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 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금융위로부터 12개월 업무정지(신규 감사계약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해당 징계로 안진은 당시 매출기준 업계 2위에서 4위까지 미끄러졌고 핵심인력들도 EY한영 등 경쟁사들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진은 지난해 11월 금융위를 상대로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금융위 처분이 과중하다'며 안진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주기적 지정제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객관적인 룰에 따라 제도가 엄격히 시행 중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한 등록심사를 통해 20개 회계법인을 지정했고 모든 지정순서는 자산순서대로, 그리고 전기감사인 배제와 같은 특정한 틀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업무정지 1년' 중징계를 딛고 살아남은 안진이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영업정지를 받았던 대형회계법인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당시 외부감사인을 맡았던 업계 3위 산동회계법인은 소속회계사 50여 명이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1년간 영업정지를 당했고, 끝내 폐업했다.

안진 측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감사품질 제고와 유지를 위해 그간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이번에 지정되는 기업의 외부감사인으로서 책임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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