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 점거농성 한달 "경찰이 인권침해"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19.10.1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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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인권 경찰 선언한 경찰, 박근혜 정부 때와 다를 바 없어"

톨게이트직접고용대책위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톨게이트직접고용대책위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성 현장에서 경찰에게 성희롱 발언을 듣거나 필수품 반입을 제한당하는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톨게이트직접고용대책위원회(대책위)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반인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지난달 9일 점거를 시작한 이후 경찰의 과도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경찰은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물품 반입도 제한하고 있다.



대책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권 경찰'을 선언한 경찰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문재인 정부 이후 경찰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인권 경찰이 되겠다고 외쳤지만 박근혜 정부 때와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는 경찰의 인권침해를 보며 분노한다"며 "3선 국회의원이자 정부여당의 실세인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개인 경비를 자처하듯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경찰이 대부분 여성 노동자인 농성자에게 성차별적인 행위를 일삼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9일에는 여성의 기본 물품인 생리대 반입을 통제해 결국 조합원들이 창틈으로 하나씩 건네받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까지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조복자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매일 같이 벌어지는 대치 상태에서 우리를 멸시하고 조롱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며 "경찰에게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느냐'고 물으니 '이쁘지도 않은 얼굴 내가 왜 쳐다보느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노동자들이 경찰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 /사진제공=톨게이트직접고용대책위원회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노동자들이 경찰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 /사진제공=톨게이트직접고용대책위원회
대책위는 경찰이 식사나 속옷, 담요 등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6일 한 조합원이 쓰러진 상황에서도 구급용 이동침대가 경찰의 방해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고령 여성 노동자가 저항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조롱을 받을 뿐 아니라 출입 통제와 물품 검사까지 받고 있다"며 "경찰은 과도한 경찰력을 배치한 근거를 밝히고 인권 침해를 저지른 경찰을 징계하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경찰의 인권 침해적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한편 국제인권기구에 현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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