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 "검찰 조직 문화 스스로 못 바꾼다"

머니투데이 구단비 인턴 2019.10.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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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적 문화…검사장이 딸 같다며 등산 가자고도"

이연주 변호사/사진=JTBC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이연주 변호사/사진=JTBC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SNS 글로 화제가 됐던 이연주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 스스로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 조직 문화는 검찰 스스로가 못 바꾼다"며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조직 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못 한다"며 "전관 문제하고 결부된 거고, 검찰에서 개혁할 사람들인 간부들이 할 의사가 있을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검사는 항상 언젠가 변호사를 하는데 자기가 변호사가 돼 사건을 들고 왔는데, 이제 투명하고 공정해져서 못 봐 드린다 하면 좋겠냐"고 덧붙였다.



또한 "검사를 만나 '왜 너네들 전관 오면 사건 봐주고 그렇지 않냐'는 얘기를 해봤다"며 "그런데 의식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사들은) '우리가 99% 사건을 똑바로 한다. 1%는 압력도 들어오고, 선배가 부탁하고 그러면 잘 봐줄 수도 있는 거지 왜 그러냐'라고 한다"며 "자기가 선배가 오면 들어주고 자기가 선배가 됐을 때 그걸 찾아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자기 합리화라는 게 엄청난 것"이라며 "(전관예우는) 말도 못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사장으로 나가느냐, 부장 검사나 차장 검사로 나가느냐에 따라 변호사 수입이 수십 배는 차이 날 것"이라며 "그러니 인사 경쟁에서 목매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잘 나가는 전관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의뢰인이 있는데 주임 검사하고 통화(하는 것)"라며 "몇천 페이지 되는 기록이나 침침한 컴퓨터 화면 보면서 서면 쓰고 싶겠나. 전화 한 통 해서 영장 딱 꺾어주고 몇억 벌고 싶겠나. 사람이면 다 그렇게 살고 싶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검찰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남성 중심적인 문화"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처음 발령받았을 때 강력부장이 초임 검사들을 불러서 '검사로서 잘 나가는 건 마누라를 잘 얻는 것보다 똘똘한 수사계장을 잘 두는 게 중요하다'며 (수사계장을) 룸살롱에 데려가 같이 오입질도 하라는 (발언했다)"며 "저희는(여검사들) 투명 인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부장은 부산 근무 시절 무용담을 얘기한 게 있다"며 "그 지역 미인을 소개시켜줘 지역 유지의 호화 요트를 빌려 놀러 간 얘기를 했다. 나도 있는데 '매끄럽고 부드러운 몸에 오일을 발라줬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검사들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스폰서라고 안 하더라"며 "그런 쪽 인식을 일부러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 내부의 성폭력 등에 대해서도 "악몽 같다"며 언급했다. 그는 "검찰청에서 제일 높은 검사장이 부르더니 '주말에 등산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다), 말은 못 하고 표정으로 (싫은 기색이) 보이니까 '딸같이 생각돼 그런다'고 했다"며 "그다음 사건은 검사장 관사로, 그 뒤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강압적인 건 없었다. 얘는 어디까지 저항하는 애인가 분위기를 떠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두 번째도 어영부영 넘어가니 세 번째는 호텔로 오라고 하더라, '호텔에 와'라고 할 수 없으니 '스시가 맛있다. 꼭 사주고 싶다'고…"라며 "안 되겠다 싶어 '되게 부적절한 행동인 것 같다' (말했더니) 일주일 지나고서 (검찰장이) 불러 자신의 의도를 오해한 것 같다고 (말해) 더이상 나를 안 건드리겠다는 사인이겠구나라고 읽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연주 변호사는 지난해 10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장, 차장 검사, 부장검사 등의 민낯을 고발하며 "우울감에 시달렸고 출근하는 것이 두려웠다"며 검찰을 떠났다고 고백했다. 이후에도 "검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해줄 것", 우리 검사님들 무법 지경에 익숙해져 뭐가 범죄이고 아닌지 인식 못 하는 지경" 등의 글을 올리며 검찰을 향한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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