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설리도 최진실도 종현도…악플에 무너졌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10.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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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살인上]쏟아지는 악플에 우울증·극단적 선택까지

편집자주 악플에 시달리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거대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SNS) 등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악플들이 또다른 '설리'들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댓글망국론'이 나올 정도에 이른 악플 뒤에는 이를 양산하는 거대 포털 및 언론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다. 

배우 설리,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배우 설리,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향년 25)가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그녀에 앞서 다수의 스타들이 악성댓글(이하 악플)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지만, 악플의 폐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5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3시21분쯤 자택인 경기 성남 수정구 심곡동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악플로 인한 괴로움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설리가 방송에 나오거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릴 때마다 그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니, 최진실, 종현…악플에 고통받은 스타들
고(故) 최진실. /사진=머니투데이DB고(故) 최진실. /사진=머니투데이DB
많은 스타들이 설리처럼 악플로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났다. 고(故) 최진실은 2008년 10월2일 향년 4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최진실을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악플이나 사채설 루머 등으로 고통받으며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진실의 딸인 최준희양은 지금까지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최양은 2015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인터넷을 통해 들으면 안 됐던 말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그때 상처 받은 게 아직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2007년 1월 세상을 떠난 고 유니(본명 허윤)도 악플 피해자였다. 섹시한 콘셉트로 가수 활동을 했던 유니는 당시 약 20개월 만에 컴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유니의 소속사 관계자는 “자기 기사를 보며 댓글로 인해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다”고 고백했다. 이외에도 배우 이은주, 배우 정다빈, 그룹 SG워너비 출신 채동하 등도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는데, 무분별한 악플이 곧 우울증의 원인이기도 했다.

故 그룹 샤이니 종현의 발인식/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故 그룹 샤이니 종현의 발인식/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설리와 같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어린 나이 등으로 악플에 더 취약하다. 2017년에는 그룹 샤이니 출신 종현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도 지난 5월26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구하라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앞으로 악플 선처 없다”며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예쁜 말 고운 말 고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악플로 인한 우울증을 고백한 스타들도 있었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은 지난 6월 SNS에서 “(우울증) 약물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조울증이든 우울증이든 쯧쯧, 거리면서 누구 말처럼 띠껍게 바라보지 말아달라. 다들 아픈 환자들”이라고 썼다. 가수 솔비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냥 나 하나 없어지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땐 제가 소중하지 않았다”며 “엄마는 충격받아서 병원에 입원하시고 정신적으로 정말 안좋으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속사 강경 대응 추세지만…악플 대처 쉽지 않아
모델 신재은이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사진=신재은 인스타그램모델 신재은이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사진=신재은 인스타그램
이외에도 지금까지 악플 피해를 호소했던 연예인은 셀 수 없이 많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이슈가 생기면, 관련 기사가 나오고 그 기사에 악플이 달리는 식이다. 방송에 나오는 비연예인이나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악플의 대상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속사 측에서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로 ‘악플러’를 고소하며 강경 대응하는 추세다. 연예인 스스로 개인 SNS를 통해 경고하거나, 소송 의지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악플을 직접 캡쳐해 공개하며 심각성을 알린 스타들도 많다. 이번 달만 해도 축구선수 출신 스타 안정환의 아내인 이혜원, 모델 신재은, 걸그룹 티아라 출신 한아름 등이 SNS를 통해 악플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대처만으로 악플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악플을 남기는 불특정 다수를 모두 고소할 수도 없는데다 대중 스타로 이미지를 중시해 선처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설리는 악플러를 고소했다가 “동갑내기 친구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했다”며 선처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따듯했던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난 지금, 이제 더이상 악플로 스타들을 아프게 하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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